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남지 철교에서

황와 2007. 10. 30. 08:32

  07.10.28 둘러보며/264

긴 장강이

넓은 들을 삼키고

유유히 흘러간다.

그림자를 끌며

먼 역사를 말없이 이야기한다.


애잔한 사연들이 묻어

낚싯줄에 풀려나오며

강태공 고기 바구니에 쏟아 담는다.

홍포서원유적비가 먹눈물을 흘렸고

푸른색 철교에 숨은 낭만과 애환

새 다리가 덩그렇게 그위로 오간다.

능가사 절터가 벼랑에 자리잡고

500년 아름들이 은행나무

절벽 위에서 속을 태워 세월을 세었고

옛 향수 은행 열매처럼

주절이 주절이 열려

인연과 연인 앞뒤 바뀐 삶들이

옛 낭만을 더듬는다.


일제 5번 국도 마산-중강진

1933년 개통된 역사의 지킴이

온갖 수탈과 광복의 역사를 지켜보았고

6.25 잔혹상에 허리 잘리는 고통도

총탄 흔적으로 기록하였으며

벼랑끝 천인정(千仞亭) 명당에도

영화잃은 잡초만 우묵하다.

 

옛 유람지 철교는

이렇게 세파에 묻혀만 가는가?

남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옛 영화를 벽에서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집간 누님이 걸어주고 간

십자수 옷걸이처럼....


긴 강은 말없이

우리의 추억을 빗질하며

무심히 흘러만 간다.

결코 역사를 역류하는 일 없이.....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훑어간다.

양 갈래 철교가 어쩐지

처량함은 내 마음이 빈곤해서 일까?

오래오래 변치 않고

남기를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일까 ?

영원히 가로 놓인

강물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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