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전선 추석의 밝은 달

황와 2007. 9. 21. 12:08

   69.9.26 전선에서

 

추석 달이 밝다.

철모(鐵帽)위에 가까이 내려 앉았다.

세찬 바람에 날라 뜬 화신이여

온 천지는 너의 것

둥글게 잉근 광채가

만인의 가슴에 찬다.


조개구름 사이에 머문 낭만

바람에 흘려보내는 향수

가을을 이고 온 달은

계절의 감회를 찾으러 어딘가 떠가고

세사(世事)에 지친 역겨운 하루

선잠으로 뒤척이다가

냉기에 감싸인 뿌우연 여명(黎明)을 안고

다가온 가을의 포만감(飽滿感)


여기는 무릇 진중

시시콜콜 막걸리로

고향 잃은 알콜 중독자들이

흥얼흥얼 왁짜지껄.

온통 제 세상이 되네.

이럭저럭 소음을 잠 재우기에

이골난 선임병(先任兵)은

인자하고 냉혹하기도 한

냉혈 동물로 변하여

우리의 시각을 향수로 몰아 넣는다.


여기는 야전 훈련지

천막 사이로 달빛이 샌다.

달은 항상 우리를 인도하듯

여명을 따라 감추어질 숙명이여!

푸른 과거를 반추하면서

현실을 반성하는 잎새가 되어

악순환의 환경을

선망의 유토피아로 끌고 가자.

달이여, 창공이여,

함께 보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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