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2 전안 사진동호회 촬영 여행/264
Ⅰ, 하동포구 송림 공원
할 일 없는 사람이 먼저 휴가를 찾듯
전안초 사진 문외한들이 뭉쳐
명작을 찾으러 하동을 찾는다.
긴 꼬리 끌며 역사를 품어온
섬진강의 허리에
푸른 솔밭이 누워 사람을 부른다.
시원한 바람과
찰랑대는 물결과
건너 정경이 시원함을 더한다.
아름드리 천년송이
속살 드러내는 미인처럼 시원하다.
이 맛에 하동은 넉넉한가 보다.
양안을 잇는 다리가
하오의 땡볕에 게으런 그림자를
강물에 드리우고
억센 어민은 모자로 더위를 쫓고 있다.
섬진강은
토색 짙은 말이 만나 섞이고
사람끼리 만나 정이 되고
영호남이 만나 문화가 되는
누가 봐도 용광로인가 보다.
화개장터 왁짜지껄한 기대가
하오 늘치난 모습으로 끔벅이고
게으런 낮잠을 즐긴다. 그래서
우린 은어회 한 점을 고추장에 찍는다.
Ⅱ. 악양 최참판댁
우리 문학의 자람터
'토지', '지리산', '아리랑', '남부군' ...
박경리, 이병주, 조정래, 이태 ....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이 우릴 찾는다.
투박한 우리네 삶이 숨어있고
온전한 옛 향기가
솥전에 누러붙은 손때처럼 정겹다.
우린 향수의 젖꼭지를 문 아이마냥
카메라를 끊임없이 눌러댄다.
내 걸 찾으려고
옛 걸 담으려고...
지붕을 기고 있는 박 덩굴
축 늘어진 하오의 호박잎
강담 위에 늘어진 조롱박
싸리담가에 선 봉선화, 맨드라미
담을 넘는 해바라기와 고추잠자리
목덜미 비빈 쇠털이 묻어있는 외양간
물이 말라 돌다가 선 물레방아
추녀 밑에 매달린 덕석과 시래기
손가락 구멍 나고 찢긴 창호지 문짝
벽에 발린 누런 신문지와 달력
어느 것 하나
눈에 선 것이 없다.
덩그런 양반집 최참판의 누각에서
섬진강 악양 들녁을 지나는 매서운 世風으로
흔들리는 시대가 천연덕스럽게 스쳐가고
국혼을 잃은 슬픔을 안고
만주 변방으로 삶을 떠난
서희와 길상의 얄궂은 애련사를
이곳에서 간추려 본다.
Ⅲ 쌍계사와 불일폭포
천년 13대 종찰 쌍계사,
삼신산(三神山), 남두령(南斗嶺) 맑은 계곡 담아
진감국사(眞鑑國師)가 살아 있는 곳
구석구석 담을 거리
아담한 담장과 이끼 낀 기와
부조 여래불상이 참 인상 깊다.
불일폭포(佛日瀑布) 가는 길
명학대(鳴鶴臺) 학을 불러 최고운(崔孤雲)이 살아있고
물소리 끊어지니 피가 돌지 않는 듯
푸른 숲만으로는 격을 잃는다.
대나무 잎에 반사되는
햇빛이 아름다워 셔터를 누르고
중턱 휴게소와 불일암(佛日庵) 둥근 샘이
잔물결을 만들며 아름답다.
불일폭포 긴 물줄기는 건너서 볼 뿐
땀범벅 등산객에게는 원망처럼 들린다.
무더위를 뚫어 산책로 만드는 기계음이
조용한 계곡에 싫증나게 퍼진다.
자연과 카메라와 더불어
새로움을 찾는
참 넉넉한 여름 구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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