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내 친구 정원우 하늘 종자로 데려가다.
나의 갈 길 친구가 먼저 갔구나.
어느 누가 먼저가도 이젠 아까운 나이는 아닌데
늘 흉소식이 올 때면 언제나 가슴이 찌리해 온다.
진주 살던 키다리 정원우 부고장이다.
10여년부터 시들머들 바짝 야윈 몸으로
친구들 모임에 와서는 싱거운 소리로
친구들 웃음 소리 돋우는 재주
참 따뜻한 친구였는데
오랜 병환으로 암으로 당뇨로
전립선으로 마지막은 치매로
도저히 가족이 보호 못하여
집에서 병원으로 다시 요양원으로 쫓겨나와
결국 어제 폐렴으로 저세상갔단다.
사방통문으로 부고 받고
진성초등 22회 동기 친구들
또 진주지구 동기회 내외분들
득찬, 재교, 민규, 도호, 영환, 주태, 재순, 현용, 정규, 기환, 낙근, 나(12명)
그리고 회원 부인 5명 과 함께 경상대부속병원 장례식장에 모였다.
난 집에서 갈적에 치제에따른 제문을 귀내 친구에게 물어물어
준비해 갔었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영정사진 홀쪽한 얼굴이 빙긋이 웃는다.
마치 황천 먼저 간다고 우리를 보고 비웃고있다.
에이 불쌍한 친구 !
친구들과 부인 상주들 도열한다음
성득찬 회장 영전에 꿇어 앉히고
집사 촛불 켜고 향불 피우고
제주 한 잔 부어 놓고
내가 축관이 되어 제문을 읽어내려갔다.
그 내용 듣고 흐느끼는 소리 들린다.
모두 엄숙히 경청하며 그의 인생사 드러내서 알렸다.
형님이 중등학교 진학하기에
초등졸업으로 부모님 농사일 돕다가
스스로 자학자습하여 눈과 귀를 뚫어서
울산 산업전사로 노동직에 정성을 다해 일하고
다시 젊음을 중동열사의 나라에 두 번씩 자원하여
생활전선의 어려운 환경에 모두이겨내고
다시 귀국하여서는 울산시내 버스 운전사로
또 결혼한 후 울산에서 진주로 이거하여
각종 산업차량을 운전하며 산업현장에 밤낮으로 야근하고
자녀교육을 위해 몸을 험하게 놀려
결국 암수술로 장기 잘라내고
또 부족한 체력 영양불실로 야위고
나중에는 최고 몹쓸병 치매까지 걸려
가족마져 못 알아보고 병실에서 고함 질러대니
함께 입실한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어
요양시설마져 전전하게되다가
결국 폐렴으로 마지막 생을 마감했단다.
가족은 부인과 1남 2녀에
아들 며느리 손자 큰사위는 딸과 사이 외손녀 하나
큰아들은 사천우체국 체신청 공무원이었다.
모든 우리 친구들 함께 조문하며 극락왕생 빌어주었다.
개별 부조로 부조함에 넣었다.
친구가 가는 노잣돈 마음으로 전했다.
함께 모여 앉아 저녁식사 대신하며
친구가 가는 길 정으로 배웅했다.
돌아오는 길 낙근 차로 마산까지 데려다 주었다.
울산까지 갈려니 매우 늦겠다.
조심해서 가라고 손흔들었다.
[謹弔 故 정원우 군 致祭文]
유 세차 갑진년 7월 경자 삭 12일 무신 일에,
진성초등학교 22회 동창회장 성득찬 엎드려 고합니다.
고 居士 晉陽鄭公 원우 친구 영전에서
아까운 친구를 멀리 보내는 맘
동기를 찢어 보내는 아픔
어찌할 바를 모르겠구료
오호 통재요 오호 애재로다.
그대 정공께서는
아버님 정삼현 님과 어머님 진양강씨 사이에서
3남매 중 차자로 태어나서
부모님 정성 속에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착하게 자랐고
어려운 가정형편에 장자만 겨우 진학하는 마당에
차자로서 진성초등학교 22회 졸업으로 마치고
집안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다가
혼자 자학자습 주경야독으로 눈과 귀를 뚫어서
산업단지 울산으로 이거하여 산업전사로
산업현장에 나가서는 성실하고 항시 참 용기로
스스로 면학하여 꿈을 키워낸 친구였소.
산업의 최전선 중동 기술자로 두 번이나 파견되어
사막 열사의 나라에서 열정을 다해 근무하며 생활기반을 마련했고
다시 귀국하여 울산시내버스 운전하며 생애를 착실하게 준비하였고
80년대 중반에 진주로 이거하여 고향에 온 듯 하였으나
노무현장은 또다시 배운 기술 운수업에 취업하여
화공약품 레미콘 운송차를 수십년 운전하며
밤낮 거친 노고에 몸 상하여 악질 암 수술에다가 합병증 더붙어
최고의 악질 인간의식을 잡아먹는 치매까지 더했으니
늘 야윈 몸으로 친구들 모임에 참가해서는
넉넉한 농담으로 웃음 주고 따뜻한 말씨로 정을 주었던
그런 아름다운 친구였소.
그대는 늘 집안 형제간 우애있고
진양정씨 명문의 긍지를 지켜온 생존자이었소.
고향 행사에 참여하고 봉사하며 다정한 모습
우리가 다 지켜보고 겪은 집안의 일군이였소.
다행이 이은자 여사와 결혼하여 슬하에
1남 2녀의 아들 딸 잘 챙기며 바르게 잘 키워 내어서
각자 사회산업 전선에서 제 자리를 잡도록 애써주었으며
효성스런 자녀들로 자라게 했소
좋은 아빠로 남편으로 행복하게 살았건만
온 집안의 짐 짊어지고 어려운 가정을 일구시고
공사현장을 뛰어다니며 힘써 산업전사로 기여했으며
평안한 가정 다복한 자녀들과 성공 고맙게
만년 친구들과 잘 만나 즐겁게 노니는가 했더니
무리한 몸에 악질 기생하여
우리들은 건강 축수 빌고 빌었건만
집에서 병원으로 요양시설로 옮겨다니며
수년간 가족들 간절한 간호에도
그대는 누구나 갈 길 혼자 고집부리며 가셨구려
그간 오랜 지친 간호로 애쓴
부인 이은자 여사와 아이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번 득병 후 여윈 몸
두어 차례 본 것이 마지막이었소
인정도 없는 친구들 자주 찾지도 못했으니 미안코 죄송하오,
이제 먼저 가신 부모님과 만나 장천극락에서 영생하시옵소서
남은 부인과 자녀 식솔들 잘 보살펴 주게나.
오호 애통하도다.
만날 때마다 좌중을 압도하는 공의 투박한 농담 한마디마다
모두 박장웃음 웃던 그 모습 어디서 찾을꼬?
다정한 모습, 알뜰한 배려 다시 듣고 볼 수 있으리오,
그대 없으니 우리는 성난 사람이 됩니다.
이제 모든 짐 다 내려놓고
편안히 유선(儒仙)되어 떠나옵소서!
아아! 애통한 마음 금할 수 없어
친구들 엎드려 재배하며 보냅니다.
부디 우리가 마지막 주는 소찬 박주를 흠향하시옵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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