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약으로 쓰려면 용서해 주었다.
갑자기 아내 무릎이 아프단다.
또 발목이 시큰거린다더니 아프단다.
병원에 가자니 아내의 만병통치약
그 약 구해 오란다.
이통치통(以痛治痛)으로 견뎌온 세월인 걸
어쩌랴! 하인은 "예이" 라 답할 수 밖에
아름다운 아내를 위한 내 성의 표시다.
어디로 갈까나?
꽃이 많이 핀 화단이 밝은 곳이 어딜까?
우선 나선김에 오용구 병원부터 찾아
발톱무좀 약 처방 약 타고
오전 나절 마산역화단가에서
반가운 그들을 만난다.
천지제왕님 날 용서하소서
불쌍한 미물을 잡아 가려니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
투명 비닐 봉지 로 꿀벌 바쁜 꽃위를 덮어
그놈들 포획했다. 마치 큰 죄인을 잡듯이
날으는 족족 앉자마자 덮어서 잡았다.
무슨 정생의 죄를 지었을까 ?
잡기전 천제제왕에게 맘으로 빈 것이 면죄부가 될까?
비닐안에 날다가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 불쌍해진다.
그러나 어쩌랴 내 애인의 약인데.....
그러고 보니 난 그들을 잡아가두며
칼춤을 추는 망나니와 같구나.
윙윙거리는 벌봉투를 들고
신나게 돌아오는 못난 저능아
아내는 통증으로 견디다가 밝게 웃는다.
그 기쁨을 보니 내가 고맙다.
비닐안 모여든 벌을 꺼내 벌통에 담으며
마치 다 나은사람으로 보기만해도 약이 되는 모양이다.
콧노래라도 나올 기쁨이 약이다.
잠시후 잡아간 수많은 봉침
한꺼번에 용장처럼 침맞아 열빵 아홉빵
참으로 모진 인생이다.
오후 다시 꿀벌채집에 나갔다.
자전거로 사방을 돌아볼 예정으로 출발했다.
아까 갔던 마산역전 화단에서 몇마리 더 잡고
다시 건널목 건너서
전역전파출소 자리 공원
꽃댕강 꽃에 바람이 일렁인다.
겨우 한마리 발견하여 가두고
다시 삼각지공원을 돌고
마지막으로 봉암교삼거리 화단에까지 갔다.
화단은 화려하나 페추니아 종류로 벌이 안오는 꽃
두번씩이나 꿀벌포집사 역할
많은 죄 지었다고 염라대왕이
다음 세상 지옥으로 보내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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