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2 진교대3회 동기회 석전동 생오리집에서 열리다./264 |
세월이 이제 많이 흘렀나 보다.
그 시끄럽던 사람들도 조용해 졌다.
그러나 그들 본태성
자기 위주로 주문해 먹고
떠들다가 온데간데 없이
합바지 방귀처럼 새 버리는 특성
그래도 마지막 손이라도 흔들고 가야하는데
화장실에 가는듯 뒷길로 샌다.
이제 소줏병 줄세우기도 그저 한두 병
마치고 나면 상위에 놓인 뚜껑 안 딴 소줏병
슬그머니 외투주머니에 넣어가는 버릇
이제 그 욕심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오로지 양심과 정직으로 맑아져야 한다.
솔선수범이 우리 교직의 교양아니던가.
생오리집에 모여앉으니 열댓 명
가가 악수로 온기 나누지만
꺼칠꺼칠 늙은 손
그래도 잡는것이 교양이다.
아무 주제없이 씨부리다가
생오리구이, 훈제구이, 양념구이
순서대로 마구 당겨 술에 이겨 먹고
막걸리 찾고 소주 맥주 사이다 콜라
주종 관계없이 들이 붓던 때는 옛일
지금은 소줏잔 맥주에 말아붓고
조금씩 베어 마시는 폼이
이제 다됐구나 탄식을 느낀다.
천천히 넉넉히 여유롭게 품위있게
그렇게 늙어가자 친구여
한 시간여 만에 다들 파하고
뿔뿔히 저녁어둠속으로 흩어져 가니
어찌 그리 쓸쓸해 보일까
예전처럼 헛기침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모여도 나온 사람 챙기는 게 아니라
결석자 이름 나열하며
아무도 모르는 못 나온 이유 추궁해 댄다.
쓸데 없는 걱정
못 나온 이는 이곳보다 더나은 일을 위해
부득이 못 나온 것이니
나오면 좋고 안 나와도 좋고
그러려니 하고 대강 넘어가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나 말고
담주에는 진해 벗꽃장에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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