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진성 고추친구들의 만남

황와 2023. 8. 28. 19:04

 

갑자기 정구에게서 굵직한 목소리 온다.

오늘 득찬 마누라 안과 수술차 마산 온단다.

 시간 있으면 나오란다.

고추친구들 만나자는데 마다할 사람 있나?

우리동네 온다는데 밥이라도 사 줘야지 

어릴적 몸 비비며 자라온 용사들인데

군대까지 같이가서 애를 먹였던 친군데

가서 만나니 다들 쭈글쭈글 주름이 깊다.

다시 전화 걸어 기환 친구도 불러 모은다.

오늘 자기집 화장실 수리공사 중인데

군소리 없이 모여든다.

제 일 할멈에게 미뤄 놓고

다들 쫓겨 나기 1보 직전이다.

병원 1층 주자장에 앉아 

몇년 만인지 네 놈 얼굴 맞대니 반갑다.

말은 번지르르 순수한 놈들이다.

다들 건강안부 묻고 나선 

아이들 집안 고향 소식 묻는다.

참 미더운 정보원들이다.

할멈 눈 수술 시켜놓고 

우리들 네 동무

아이들이 되어 농담 나눈다.

천진난만한 동심으로 행복나눈다.

할멈 수술 후 입원실에 눕혀 재워놓고 

우리 동네 왔으니 점심 먹으러 가자  

당연히 내가 주인이 된다.

이제 이가 빠지고 어금니 없어 

음식도 통일이 안된다.

씹질 못하니 국물이 있어야 한다.

식당 더듬다가 마산역전 할매낙지집까지 왔다.

낙지매운탕 시켜놓고 

어떤 놈은 비벼먹고 

어떤 놈은 근처에도 못 와 김치국에 밥 말아 먹고

4인분이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더라.

술군이 술을 먹지 못하니 죽을 때 다 됐고 

자동차 운전해야하니 술잔 입에 못대고 

결국 소주없는 동창회 맹맹한 기분으로 마친다.

서로 내려고 다투다가 난 밥값 고집으로 내고 

기환이는 친구 마나님 전복죽 사 들고 오고

회장은 고맙다고 GS매점 커피 사고

남자들의 수다도 제법 대단하다.

순박한 촌놈 이야기 옛정이다.

진성초 친구들의 늙은 회포였었다.

여든 고개를 눈앞에 두고 건강하자고 손 잡는다.

집에 돌아간 후 서로 고맙다는 인사말이 온다.

오늘 득찬 정구 구야 문태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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