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8 내 생일 아내는 내 엄마처럼 챙겼다./264 |
새벽 역시장 어제도 다녀 오더니 오늘도 나간다.
원래 토요일만되면 나간다 싶어 배웅만 했다.
빨리 돌아올 거라고 현관문까지 열어
바닥 받침쇠 채우고 나갔다.
그리고 한시간 후 자전거 바구니 한가득
식재료 싼 검은 비닐봉지 한박스 싣고왔다.
아픈 손목 때문에 장거리를
내가 부억으로 운반해 주고
"수고했소"
하고선 방 컴퓨터 앞에 들어앉았다.
아침내내 부억에서 토닥토닥
김치 담는지 국거리 다듬는지
암소리 안하고 바쁘다.
그리고선 맛나는 냄새 피우며
그 맛향기 내 방까지 번져온다.
오늘 아침 별시리 오랫동안
가스렌지 불곁에서 지지고 볶는다.
밥 먹으러 나오라고 호출한다.
평소 호출에 대응이 늦으면 마구 짜증부린다.
왜냐하면 따뜻한 밥 식을까 봐
자기 정성에 빨리 나와서 먹어야 한단다.
사랑의 맘을 자각하게 한다.
그럴 때는 글을 쓰다가도 중단하고 나가야 한다.
어떤 때는 글의 맥을 끊어버려 계속 생각못하고
더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오늘 아침 그 짧은 시간에
강낭콩 놓은 쌀밥에 소고기미역국에 김 나고
네모 넓은 잡채 표고버섯 넣어 한 접시
명태 생선조림 한도막 찌져 뼈 발라내고
고사리 도라지 취나물 깨소금 흩여 무치고
빨간 김치 썰어 내 놓고
식탁이 가득하다.
" 오늘 누구 생일밥인가?"
" 누구 생일인가 모르겠소?"
가만히 달력을 보니 오늘이 음력 내 생일날
" 고맙소, 나도 몰랐네"
어머니는 그 생생한 책임 부담으로
선조 제삿날, 가족 생일날, 집안행사날까지
다 챙기고 있었으니 머리가 어찌 아프지 않으랴 !
여인의 일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식 낳고 키우며 남편 뒷바라지에
그 바쁜 중에 자기도 직장에 나가야 하였다.
온정성 다 쏟고 나니
이제 나이들어 몸은 허약해져
뼈마디만 남은 여윈 몸 몸을 가누기 어렵다.
그래도 숙명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있다.
오늘 하루 내내 감사하는 날이다.
어머니와 아내는 성자처럼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