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만남 3/산책로풍광

2018년 마지막 갈잎길 봉화산을 넘다.

황와 2018. 12. 27. 17:27

18.12.27 길사랑회 제495차 숲속길 걷기 구산 옥계 봉화산 능선길 걸었다./264

코스 : 마산역-옥계종점-해안임도-능선길-봉화산 정상-도로(점심)-산불초소-능선길

         - 옥계마을 뒷고개 네거리-능선길-상수도저수조-도로-옥계입구-마산역

거리 및 시간 : 13,500보 9.0km 4.5시간 

참가인원 : 19명 


어느듯 저무는 무술 개년

무술 해넘이 그리고 기해 해맞이 길

봉화산길은 길사랑 세월의 전환점이다. 

그래서 끝과 시작을 이어주는 곳

항상 추운 겨울에 갈잎 덮어

따스한 길 희망의 길 고마운 길이 된다.

어느새 세월이 거기까지 오고 말았다.

오늘 도착한 길동무들 열 아홉

옥계분교장터에서 국민체조 했다.

미세먼지 한점 없는 맑은 하늘

잔물결 솟아오르는 남해바다

맑은 속이 유리알 속 보는듯

이를 두고 청정바다라 하겠지

유난히도 바다는 청남색 물감을 풀었다.

알싸한 바람 볼을 스치며 꼬집어도

털모자 감싼 보플라기가 쓰다듬는다.

나서면 이리 기분이 좋은 것을

움추리며 걱정을 했던가 보다.



코스 안내가 제자리에 서서

눈을 들어 반 바퀴 돌기다.

눈에 보이는 능선 안부 라인이 갈 길

바닷가 해안길부터 간다.

바다 건너편 진해시가지 가깝다.

군함 이제 모항 들어간다고 긴 고동 울며 지난다. 

임도낸 길이 가깝다고 봤는데

오늘 올라보니 길게 드러 눕는다.

끝점까지 올라 잠간 한숨 쉬고

머뭇거림으로 추스림 한다.

이제부턴 갈잎길 발목 조심하라고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이불 깔린 길

하늘 비워 땅바닥에 모두 깔았다.

산길 한줄로 서서 오른다.

잔가지들이 자꾸 간지른다.

꺾으며 길을 만들며 간다.

매년 이때쯤이면 길은 이미 없어진다.

내가 가는 발걸음이 길이 되는 현장이다.

마치 내가 길을 열고 가는 선발대장이 된다.



     



길이 행복하면 모두 조용해 진다.

오르는 기쁨에 재미난 길이 된다.

잘못 들어선 길도 이내 돌아서면 된다.

'뒤로 돌아갓' 약 올리는 길이다. 

경험이 바로 길을 아는 자다.

갈잎길에 난폭한 멧돼지 친구들 헤매고 갔다.

그들도 길을 아는 모양 

그러나 길을 갈아 엎는다는 게 다르다.

작은 봉우리 오르면 둥근 돌좌석 

거기서 첫 쉼터 안성맞춤 장소다.

주유소 열어 주전부리 나누는데 

앗불싸 ! 안술 양반 지갑이 빈단다.

다행히 찾은 운전기사가 전화로 알려주었단다.

어디서 없어진 줄도 모르고 반나절 왔으니

다시 어울려 셋이서 옥계로 되돌아 갔다.

이제 감각이 다 무딘 노인들이다.


     


우리는 출발했다.

숲길은 여전히 재미있다.

산이 우뚝 솟더니 지그재그 길을 이끈다.

멧돼지가 뒤져서 많이 흐트러졌다.

전부터 잘 아는 길이라

더듬어서 오르니 졸졸 잘 따라 오른다.

모두 재미있어 하는 코스다.

봉화산 꼭대기 주차장에 오르니 

가슴이 확 문을 연다.

사방에서 오는 풍광으로 탄성이 나온다.

맑고 시원한 진해만 볼록솟은 시루봉 꼭지 

푸른 융단에 던져 놓은 작은 섬들 

거가대교와 거제 섬들 

햇볕이 보석이 되어 반사되는 난포만 

진주목걸이를 던져둔 양식장들

원전 벌바위 능선의 솔밭등 

이제 모습을 드러내는 로봇랜드 하얀 건물들 

산정 오르면 봉화산 표지석 202m

모두 모여 2018년 마지막 기도

기념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2019년 기원도 하늘에 빌었다.

여기서 헌해와 새해가 인수인계되었다. 


    


    


카톨릭교육관

오늘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무슨 교육프로그램 때문에 쫓겨 나오는 느낌

세상사 모두 자기네들끼리 말둑을 박고 

그 안에서 평화 화통을 이야기하지만

외부인에게는 장막을 친다.

우리는 그런 맘이 한 푼도 없는데 말이다.

도로를 내려오며 시원한 길 사렸다.

도로 갈랫길에 앉아서 

점심상 펴고 밥반찬 나누며 다정했다.

한세트 풀코스 커피까지 다양하다.

어디 가족인들 이리 편안하랴 !

 

    

 

먹었으니 출발 능선길 탄다.

산다화 활짝핀 산가 깔끔하다.

김령김씨 팻말이다.

오르막이 길면 낮은 산이고 

오르막이 짧으면 필봉산이 된다.

능선 오르면 산불 감시 초소 반긴다.

옛날 소방서 전망대 같다.

사방이 다 트이니 온동네가 골짝마다 다정하다.

산지킴이 멧돼지 노는 곳이니 조심하란다.

능선길 내려오니 급경사다.

모처럼 얻은 작지가 거추장스럽다.

내려올 땐 나무를 잡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다리가 어슬픈 여인들이 걱정이다.

고갯길 네거리에서 그들 기다리며 쉬었다.


    


급경사 내려오면

꼭 또 급경사 오르는 게 상례

오르막길이 우뚝 서 버린다.

지그재그 숨소리 뱉으며 앞에서 오르니

뒤 따르는 일행 자꾸 멀어진다.

가슴앓이 그래서 앞서 간다.

다음에 자연히 쳐질 걸 미리 확보하는 버릇이다.

산꼭대기에 오르니 

지금껏 오르느라 흐릿해진 눈

진해만 바다와 해안가 산들이 몰려온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감이 모자란다.

오늘을 위해 숨겨둔 풍채다.

능선 잔등 길게 늘이더니 

둘러 앉은 푸른 상수도 저수탱크 

도롯가에서 만난다.

흠혈수녀원 양지볕에서 웅크리고 놀다가

김 나는 홋빵 두어 개씩 물고 

오늘 2018년 마지막 걷기 마감했다.

수고하고 감사하고 기쁜 한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