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학습 지도의 방향
경남과학교육원
연구사 이동춘
우리가 지금 가르치는 세대는 21세기의 미래 사회를 살아갈 주역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21세기를 능동적으로 대비하는 과학과 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는 어떤 사회이며 과학과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인가? 미래 학자 앨빈 토플러는 다가오는 21세기의 미래 사회를 고도의 정보산업사회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화, 전문화, 국제화 사회로 특정 지워지는 미래 사회에서는 창의성, 다양성, 수월성을 추구하는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21세기를 대비하는 새 과학과 교육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창의성을 추구하는 과학과 교육
과학 기술 발달의 운동력은 인간의 창의성으로부터 나온다. 창의력의 신장은 어렸을 때부터 기르지 않으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창의력은 스스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거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능력으로, 과학에서의 창의성은 실험이나 관찰을 통하여 얻은 자료 또는 단편적인 사실과 지식들을 관련을 맺고 통합하여 새로운 사고 유형, 즉 새로운 개념과 이론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창의력을 지닌 사람은 강의와 판서 위주의 수업 방법으로 교과서의 내용만을 잘 암기한다고 한다고 해서 길러지지 않는다. 교과서 중심의 수업이 오히려 창의력 신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교과서와 교과서 내용을 해설한 참고서 내용에 정통한 학생은 틀에 박힌 사고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운전면허시험에서 ‘한국식 운전’면허 시험은 정해진 코스와 주행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방식의 면허 시험에 합격했다고 바로 도로에 나가 자동차를 운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실제 도로에서 스스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하는 것처럼 과학과 교육은 어떤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 능력, 즉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데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②다양성을 추구하는 과학과 교육
21세기의 사회는 지금보다 사회구조와 인간의 삶의 방식이 보다 다양화되고 개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사회가 분화되고 발달됨에 따라 개인의 욕구와 관심, 흥미가 보다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특히 지방화 시대를 맞아 각 지방의 특성에 알맞은 교육 내용, 방법, 교육 자료들을 발굴하고 연구․개발하여 교육의 내실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교육의 이상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소질과 능력에 알맞은 활동과 프로그램 제공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필수내용)과 각 지방 교육청 수준의 교육과정(선택 내용)에서 수준이 다른 교과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교과서, 필수 내용과 선택 내용을 다양하게 제시한 교과서와 교재들을 개발․보급하여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③수월성을 추구하는 과학과 교육
우리는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면서 무한 경쟁의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총체적인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모든 부문에서 ‘보다 빨리, 보다 정확하게, 보다 넓게’ 그 기능을 수행하여 우위를 화보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경쟁력은 과학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는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0년을 위한 교육목표에 “미국 학생들은 과학과 수학 과목에서 세계 제 1위가 된다.”라고 명시하고, ‘미국 2000 교육 수월성 촉진법’을 제정하였다. 교육 혁신의 구체적인 사례로 「California Model Technology Schools : A Window on future of Education」이 있는데, 이 모델학교는 컴퓨터통신 공학을 이용한 21세기의 교실로 일컫는 ‘smart classroom'의 열린교육체제를 시사해 주고 있다. 일본 역시 21세기에서는 과학기술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기 위해 기초과학 진흥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여러 교육 혁신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인텔리전트스쿨(Intelligent School)의 구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면 왜 선진국이 과학 기술 교육에 이와 같이 높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과학기술의 아름드리 나무의 근간이 곧 과학․기술 교육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과학과 교육은 그 나무의 실뿌리에 해당된다. 따라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과 교육은 우리의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의 위치로 올려놓는 받침돌이 될 것이다.
④전 국민의 과학화를 추구하는 과학과 교육
우리는 오랫동안 유고 문화에 바탕을 둔 사농공상의 직업관을 가지고 노작을 경시하는 풍토 속에서 살아왔다. 최근에 와서 가학기술의 발달 정도가 국력의 촉도가 도미에 따라 우리의 의식구조가 서서히 변하고 있으나 아직도 국민 대다수가 직접 무엇을 만들거나, 조작하고, 고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 까닭은 일반인들이 과학기술 문명의 시설과 여건이 빈약하여 그러한 경험을 겪어 보지 못한 것이 큰 요인이라 생각된다.
국가 수준의 과학사 박물관 하나 없는 실정이니 그 밖의 과학 문화 시설을 얼마나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과학기술 문화의 풍토에서는 과학의 꿈나무가 잘 자랄 수 없다. 과학기술 문명의 풍토를 비옥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 과학문화공간, 즉 엑스포 시설, 과학사 박물관, 공룡의 계곡, 화석산지, 과학기술 박물관, 과학관 등을 조성하여 부모와 학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활의 일부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의 과학과 교육은 학생들을 미래 과학자 또는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자라서 장차 운동 선수가 되든, 문학가가 되든 아니면 평범한 주부가 되든 미래 사회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과학적 소양을 지니게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래 사회에서 이러한 과학적 소양을 갖추지 않으면 과학기술 문명의 미아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초등학교에서 과학과 교육은 ‘모든 이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이 되어야 한다.
21세기를 능동적으로 대비하는 초등학교 과학과 교육은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전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소질과 능력에 알맞은 다양한 교육 내용, 교육 방법, 교재 등의 교육혁신을 통하여 과학과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과학으로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⑤열린 형태의 과학과 교육
어떤 학급에서 복도를 과학 학습의 장으로 꾸며 실험한다. 풍부한 학습자료가 준비되어 있고 어린이들은 특성에 따라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게 분단으로 편성되어 있다. 한 쪽에서는 교사와 어린이가 책을 읽고 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다른 쪽에서는 실험을 개별적으로 보조교사의 도움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보조교사의 도움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다른 어린이들은 자기 책상에서 문제를 풀고 있다. 보조교사는 대부분 학부모이고, 특수교사에게 공부하는 어린이도 있다. 어린이들은 학습한 결과를 신발장 위에 붙여 놓기도 한다. 교사가 가르치지 않고 도와주고, 학생이 수동적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내용은 한정되지 않고 어린이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게 하고, 장소는 교실만이 아니라 학습이 가능한 어디든지, 수업시간도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고 어린이가 필요한 시간에 언제든지 자율적 형태로 이루어지는 전통 교육의 틀을 벗어난 것이 열린교육의 모습이다. 그러나 열린교육을 수행하는 데는 열린교육에 대한 정의가 분명치 않아 어려움이 있다. 열린교육은 열린교육의 역사, 각국의 열린교육 현황과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첫째, 열린교육의 초점은 교육 내용이 아니라 교육의 과정이며 환경이고, 둘째, 열린교육의 교육방법을 바꾸는 것 뿐 아니라 학교 교육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크게 바꾸는 개혁의 의지이며, 셋째, 어린이 중심이며 교육 전반에 대한 개방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과학과 교육도 열린교육의 참뜻을 반영하여 교육의 내실화를 도모해야 한다. 과학과 교육이 열린교육을 통하여 과학적 사고력과 탐구력을 기르는데 주안점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즉 모든 학생을 위한 기본적 소양으로서 과학적 사고력과 과학적인 자질을 갖게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과학과 교육의 방법을 지금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방법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교육 방법을 개방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학습할 때 교육의 자료를 얻는 것을 교과서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어린이용 과학도서, 교과서 외의 재미있는 실험, 놀이, TV의 다큐멘터리, 생활 속의 경험 등을 다양하게 이용하여야 한다. 학습의 과정도 어린이가 주체가 되게 개방해야 한다. 과학 지식에 접근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며, 꼭 알아야할 개념이 있더라도 학습 주체인 어린이가 스스로 알아가도록 개방해야 한다. 특히 실험을 통한 학습은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과학과 교육의 목표는 개인차를 고려한 과학수업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학습자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에 맞추어져야 한다.
('과학경남'에 실렸던 원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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