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한시풍욕루

동계(桐溪) 정온(鄭蘊) 시 6편

황와 2013. 4. 21. 07:54

 

<1> 한중잡영(閑中雜詠).

 

                                                              桐溪 鄭蘊 :朝鮮

 

 

 

養梅見冷蘂<양매견냉예>  매화를 길러서 찬 꽃술을 보련다,

養松聞風聲<양송문풍성>  소나무를 길러서 바람 소릴 들으련다

 

 

 

養竹蔭淸陰<양죽음청음>  대나무를 길러서 맑은 그늘 덕을 보련다,

養菊餐落英<양국찬락영>  국화를 길러서 떨어지는 꽃을 먹으련다

 

 

 

問之何能養<문지하능양>  물어보자 어찌하면 기를 수 있는지를,

莫若剪榛荊<막약전진형>  가시나무를 잘라 주는 것이 제일이네

 

 

 

養心何異此<양심하이차>  마음을 기르는 것도 어찌 이와 다르랴,  

先除私欲萌<선제사욕맹>  먼저 사욕의 싹을 잘라야 하네

 

 

 

除欲豈徒爾<제욕기도이>  욕심을 제거하는 일이 어찌 그냥 될까,

妙法在惺惺<묘법재성성>  항상 깨어 있는 것이 묘법이더라'

 

 

                                                                        <古譯院()>

 

 

 

<2> 새하곡(塞下曲)에 차운하다.

 

 

 

 

 

赳赳誰家兒<규규수가아>              헌걸찬 저 사람 뉘 집 아인가

 

 

 

雕弓左手白羽右<조궁좌수백우우>  왼손엔 활이요 오른손엔 백우로다,   

夜渡氷河人不知<야도빙하인불지>  빙하를 밤에 건너니 사람이 모르고

 

 

 

鐵騎奔飇塵欲沒<철기분표진욕몰>  철기를 타고 치달으니 먼지도 일지 않네,

金笳拂曉歌兼發<금가불효가겸발>  새벽에 금가를 부르고 노래까지 부르다니

 

 

 

遙知思婦不能眠<요지사부불능면>  알겠노라 임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아낙은,

獨把寒衣擣明月<독파한의도명월>  달밤에 홀로 앉아 다듬이질을 하겠지'

 

 

                                                      <鄭蘊 :朝鮮:古譯院()>

 

 

 

<3> 감회가 있어.

 

 

 

 

 

舍兄初度在今日<사형초도재금일>  형님의 회갑이 오늘이건만,   

祝壽恨未同傾觴<축수한미동경상>  축수하는 술잔을 함께 기울이지 못해 한스럽다

 

 

 

遙知兄弟會合處<요지형제회합처>  내 알겠느니 형제들이 모인 곳에,  

說着遠人摧心腸<설착원인최심장>  먼 데 사람 애끓는 마음 말하리라

 

 

 

堂前紫荊一枝瘁<당전자형일지췌>  집 앞에 자형나무 한 가지가 초췌하고,

雲外鴈序中斷行<운외안서중단행>  구름 밖에 나는 기러기 행렬 중간이 끊겼어라

 

 

我兄我弟在母傍<아형아제재모방>  형님과 아우는 어머니 곁에 있건마는,

我獨胡爲天一方<아독호위천일방>  나만 홀로 어찌하여 먼 곳에 떨어져 있는가'

 

 

 

                                                                  <鄭蘊 :朝鮮:古譯院()>

 

 

 

자형나무 : 박태기나무라고도 한다. 주로 형제간에 서로 우애하면서 함께 지내는 것을 나타낼 때 인용하는 식물이다.

남조(南朝) 시대 양(梁)나라 오균(吳均)의《속제해기(續齊諧記)》에, '전진(田眞)의 삼 형제가 재산을 분배하면서 집 앞에 있는 자형나무까지 3등분하여 나누어 갖기로 했더니, 그 나무가 갑자기 말라 죽었다. 이것을 본 전진이 뉘우치면서 사람이 나무만도 못한 짓을 하였다고 흐느꼈고, 형제들이 서로 감동하여 다시 재산을 분배하지 않기로 하자, 그 나무가 다시 살아났다.' 하였다.

 

 

 

<4> 4일은 선군(先君)의 생신이므로 감회가 있어.

 

 

 

聖恩及重泉<성은급중천>  성은이 황천에까지 미쳐서,

追贈從班榮<추증종반영>  종반의 영광을 추증하셨네

 

 

 

擬當初度日<의당초도일>  탄신일이 돌아오면은,   

敬薦蘋藻誠<경천빈조성>  조촐한 정성 올리려 하였더니

 

 

 

如何不肖子<여하불초자>  어쩌다 불초한 자식이 되어,  

妄言于天庭<망언우천정>  조정에서 망언을 한 탓으로

 

 

縲絏在囹圄<류설재영어>  포박되어 감옥에 갇혔으니,  

死生誰重輕<사생수중경>  생사 간에 누가 아랑곳하랴

 

 

 

下以負吾親<하이부오친>  아래론 어버이를 저버리고,   

上以欺聖明<상이기성명>  위로는 임금님을 속였도다

 

 

噓唏仰天嘆<허희앙천탄>  아,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니,

志氣空崢嶸<지기공쟁영>  지기만 속절없이 높구나"

 

 

 

                                                                   <鄭蘊 :朝鮮:古譯院()>

 

 

 

<5> 초승달을 보고.

 

 

 

 

 

如眉漸如鏡<여미점여경>  눈썹 같은 달 점점 불어 거울 같더니,   

三五方就盈<삼오방취영>  보름 되니 가득 찼구나

 

 

 

盈而虧必至<영이휴필지>  차고 나면 반드시 기울게 마련,

虧則盈還生<휴칙영환생>  기울면 또다시 돋아 차더니라

 

 

 

天道且如此<천도차여차>  천도가 또한 이와 같거니, 

人情尤可明<인정우가명>  인정은 더욱 분명하더라

 

 

莫羨彼之盈<막선피지영>  저것이 가득 찼다고 부러워 말고,

莫嘆此或虧<막탄차혹휴>  이것이 기울었다고 탄식하지 말거라

 

 

 

嘗聞天與鬼<상문천여귀>  일찍이 들으니 하늘과 귀신은,  

盈者常害之<영자상해지>  가득 찬 것을 항상 해친다더라

 

 

見月反吾人<견월반오인>  달을 보고 나를 돌이켜 보면,  

一理君其知<일리군기지>  같은 이치란 것을 그대는 알리라'

 

 

 

                                                                            <鄭 :朝鮮:古譯院()>

 

<6> 만서(謾書).

 

 

 

 

太極淵奧旨<태극연오지>  의미 깊은 태극도설,   

東西親切銘<동서친절명>  친절한 동명 서명

 

 

 

程門箴四勿<정문잠사물>  정자가 지은 사물잠,  

眞氏讚心經<진씨찬심경>  진씨가 지은 심경찬

 

 

 

蘭溪論心語<란계논심어>  난계의 마음을 논한 말,  

晦翁主敬篇<회옹주경편>  회옹의 경을 위주로 한 글

 

 

 

況此九像贊<황차구상찬>  게다가 이 구상찬은,

分明對諸賢<분명대제현>  여러 현인을 대한 듯하여라

 

 

 

靈均皎潔詞<영균교결사>  영균의 교결한 글과,

孔明忠貞表<공명충정표>  공명의 충정 어린 출사표

 

 

 

行年自知非<행년자지비>  내 나이 오십이 되어,  

莊誦每淸曉<장송매청효>  맑은 새벽이면 목청껏 외우노라

 

 

除却疾病外<제각질병외>  병 때문에 몸져누울 때를 빼면,   

唔咿常不休<오이상불휴>  글 읽는 소리 항상 쉬지 않았네

 

 

 

只要無大過<지요무대과>  단지 큰 허물이나 없으려 할 뿐이니,  

安敢企前修<안감기전수>  어찌 감히 전현을 기대하랴'

 

 

 

                                                                        <鄭蘊 :朝鮮:古譯院()>

 

 

 

태극도설(太極圖說) : 송(宋)나라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의 작품으로, 역(易)의 기본 원리를 도해(圖解)하고 설명을 붙인 것이다.

동명(東銘) 서명(西銘) : 송나라 횡거(橫渠) 장재(張載)의 작품이다. 그는 제자들을 가르치던 서원에 두 개의 창문을 동서로 내고 동쪽 창문에는 〈폄우(砭愚)〉라는 제목의 글을, 서쪽 창문에는 〈정완(訂頑)〉이란 글을 써서 걸었다가, 이천(伊川) 정이(程頤)의 지적을 흔쾌히 받아들여 〈동명〉과 〈서명〉으로 바꾸었다.

사물잠(四勿箴) : 송나라 이천(伊川) 정이(程頤)의 작품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동작하는 데 따른 공자(孔子)의 네 가지의 금지 사항에 대하여 교훈성이 짙은 잠언(箴言)의 문체를 빌려 스스로 경계 삼아 지은 글이다.

심경찬(心經贊) : 송나라 진덕수(眞德秀)가 경전(經傳)과 송나라 도학자 등의 저술에서 심성수양(心性修養)에 관한 격언을 모아 《심경(心經)》이란 책으로 편찬하고, 자신이 지은 〈심경찬〉을 덧붙여 놓은 것을 말한다.

난계(蘭溪)의~말 : 난계는 송나라 학자인 범준(范浚)이 살던 곳이다. 당시에 진회(秦檜)가 국정을 좌우하자, 범준은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이곳에서 후학들을 교육하면서 여생을 보냈는데, 학자들이 그를 향계선생(香溪先生)이라 칭하였다. 마음을 논한 말이란 그가 지은 <심잠(心箴)>을 말한다.

회옹(晦翁)의~글 : 회옹은 주희(朱熹)의 호이며, 경을 위주로 한 글이란 〈경재잠(敬齋箴)〉을 말하는데, 40구에 달하는 이 글의 내용은 경을 위주로 해야 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구상찬(九像贊) : 주자(朱子)의 〈육선생화상찬(六先生畫象贊)〉에 나오는, 주염계(周濂溪), 정명도(程明道), 정이천(程伊川), 소강절(邵康節), 장횡거(張橫渠), 사마광(司馬光) 등 여섯 사람과 여기에 나오는 진덕수(眞德秀), 주자(朱子), 범준(范浚)의 화상찬을 합쳐 말한 것이다.

영균(靈均)의 교결한 글 : 영균은 초나라 굴원(屈原)의 자(字)이다. 초 회왕(楚懷王)에게 버림받은 몸이 되어 멱라수(汨羅水)에 빠져 죽기 직전까지 소상강(瀟湘江) 일대를 배회하였다. 교결한 글이란 그가 죽기 직전에 지었던 〈회사부(懷沙賦)〉를 비롯하여 〈이소경(離騷經)〉 등에 많은 그의 작품을 말한다.

출사표(出師表) : 제갈량(諸葛亮)이 출정하기에 앞서 한(漢)나라 유선(劉禪)에게 올린 글인데, 전후 두 편으로 되어 있다. 전출사표의 경우 선제(先帝)의 은혜에 대한 감격과 국가에 대한 충성 및 후주(後主)에 대한 간절한 부탁을 담고 있으며, 후출사표는 위(魏)와 촉(蜀)이 양립할 수 없음을 강조, 중원(中原)으로 진출하여 싸워야 함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