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중잡영(閑中雜詠).
桐溪 鄭蘊 :朝鮮
養梅見冷蘂<양매견냉예> 매화를 길러서 찬 꽃술을 보련다,
養松聞風聲<양송문풍성> 소나무를 길러서 바람 소릴 들으련다
養竹蔭淸陰<양죽음청음> 대나무를 길러서 맑은 그늘 덕을 보련다,
養菊餐落英<양국찬락영> 국화를 길러서 떨어지는 꽃을 먹으련다
問之何能養<문지하능양> 물어보자 어찌하면 기를 수 있는지를,
莫若剪榛荊<막약전진형> 가시나무를 잘라 주는 것이 제일이네
養心何異此<양심하이차> 마음을 기르는 것도 어찌 이와 다르랴,
先除私欲萌<선제사욕맹> 먼저 사욕의 싹을 잘라야 하네
除欲豈徒爾<제욕기도이> 욕심을 제거하는 일이 어찌 그냥 될까,
妙法在惺惺<묘법재성성> 항상 깨어 있는 것이 묘법이더라'
<古譯院(譯)>
<2> 새하곡(塞下曲)에 차운하다.
赳赳誰家兒<규규수가아> 헌걸찬 저 사람 뉘 집 아인가
雕弓左手白羽右<조궁좌수백우우> 왼손엔 활이요 오른손엔 백우로다,
夜渡氷河人不知<야도빙하인불지> 빙하를 밤에 건너니 사람이 모르고
鐵騎奔飇塵欲沒<철기분표진욕몰> 철기를 타고 치달으니 먼지도 일지 않네,
金笳拂曉歌兼發<금가불효가겸발> 새벽에 금가를 부르고 노래까지 부르다니
遙知思婦不能眠<요지사부불능면> 알겠노라 임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아낙은,
獨把寒衣擣明月<독파한의도명월> 달밤에 홀로 앉아 다듬이질을 하겠지'
<鄭蘊 :朝鮮:古譯院(譯)>
<3> 감회가 있어.
舍兄初度在今日<사형초도재금일> 형님의 회갑이 오늘이건만,
祝壽恨未同傾觴<축수한미동경상> 축수하는 술잔을 함께 기울이지 못해 한스럽다
遙知兄弟會合處<요지형제회합처> 내 알겠느니 형제들이 모인 곳에,
說着遠人摧心腸<설착원인최심장> 먼 데 사람 애끓는 마음 말하리라
堂前紫荊一枝瘁<당전자형일지췌> 집 앞에 자형나무 한 가지가 초췌하고,
雲外鴈序中斷行<운외안서중단행> 구름 밖에 나는 기러기 행렬 중간이 끊겼어라
我兄我弟在母傍<아형아제재모방> 형님과 아우는 어머니 곁에 있건마는,
我獨胡爲天一方<아독호위천일방> 나만 홀로 어찌하여 먼 곳에 떨어져 있는가'
<鄭蘊 :朝鮮:古譯院(譯)>
※자형나무 : 박태기나무라고도 한다. 주로 형제간에 서로 우애하면서 함께 지내는 것을 나타낼 때 인용하는 식물이다.
남조(南朝) 시대 양(梁)나라 오균(吳均)의《속제해기(續齊諧記)》에, '전진(田眞)의 삼 형제가 재산을 분배하면서 집 앞에 있는 자형나무까지 3등분하여 나누어 갖기로 했더니, 그 나무가 갑자기 말라 죽었다. 이것을 본 전진이 뉘우치면서 사람이 나무만도 못한 짓을 하였다고 흐느꼈고, 형제들이 서로 감동하여 다시 재산을 분배하지 않기로 하자, 그 나무가 다시 살아났다.' 하였다.
<4> 4일은 선군(先君)의 생신이므로 감회가 있어.
聖恩及重泉<성은급중천> 성은이 황천에까지 미쳐서,
追贈從班榮<추증종반영> 종반의 영광을 추증하셨네
擬當初度日<의당초도일> 탄신일이 돌아오면은,
敬薦蘋藻誠<경천빈조성> 조촐한 정성 올리려 하였더니
如何不肖子<여하불초자> 어쩌다 불초한 자식이 되어,
妄言于天庭<망언우천정> 조정에서 망언을 한 탓으로
縲絏在囹圄<류설재영어> 포박되어 감옥에 갇혔으니,
死生誰重輕<사생수중경> 생사 간에 누가 아랑곳하랴
下以負吾親<하이부오친> 아래론 어버이를 저버리고,
上以欺聖明<상이기성명> 위로는 임금님을 속였도다
噓唏仰天嘆<허희앙천탄> 아,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니,
志氣空崢嶸<지기공쟁영> 지기만 속절없이 높구나"
<鄭蘊 :朝鮮:古譯院(譯)>
<5> 초승달을 보고.
如眉漸如鏡<여미점여경> 눈썹 같은 달 점점 불어 거울 같더니,
三五方就盈<삼오방취영> 보름 되니 가득 찼구나
盈而虧必至<영이휴필지> 차고 나면 반드시 기울게 마련,
虧則盈還生<휴칙영환생> 기울면 또다시 돋아 차더니라
天道且如此<천도차여차> 천도가 또한 이와 같거니,
人情尤可明<인정우가명> 인정은 더욱 분명하더라
莫羨彼之盈<막선피지영> 저것이 가득 찼다고 부러워 말고,
莫嘆此或虧<막탄차혹휴> 이것이 기울었다고 탄식하지 말거라
嘗聞天與鬼<상문천여귀> 일찍이 들으니 하늘과 귀신은,
盈者常害之<영자상해지> 가득 찬 것을 항상 해친다더라
見月反吾人<견월반오인> 달을 보고 나를 돌이켜 보면,
一理君其知<일리군기지> 같은 이치란 것을 그대는 알리라'
<鄭蘊 :朝鮮:古譯院(譯)>
<6> 만서(謾書).
太極淵奧旨<태극연오지> 의미 깊은 태극도설,
東西親切銘<동서친절명> 친절한 동명 서명
程門箴四勿<정문잠사물> 정자가 지은 사물잠,
眞氏讚心經<진씨찬심경> 진씨가 지은 심경찬
蘭溪論心語<란계논심어> 난계의 마음을 논한 말,
晦翁主敬篇<회옹주경편> 회옹의 경을 위주로 한 글
況此九像贊<황차구상찬> 게다가 이 구상찬은,
分明對諸賢<분명대제현> 여러 현인을 대한 듯하여라
靈均皎潔詞<영균교결사> 영균의 교결한 글과,
孔明忠貞表<공명충정표> 공명의 충정 어린 출사표
行年自知非<행년자지비> 내 나이 오십이 되어,
莊誦每淸曉<장송매청효> 맑은 새벽이면 목청껏 외우노라
除却疾病外<제각질병외> 병 때문에 몸져누울 때를 빼면,
唔咿常不休<오이상불휴> 글 읽는 소리 항상 쉬지 않았네
只要無大過<지요무대과> 단지 큰 허물이나 없으려 할 뿐이니,
安敢企前修<안감기전수> 어찌 감히 전현을 기대하랴'
<鄭蘊 :朝鮮:古譯院(譯)>
※태극도설(太極圖說) : 송(宋)나라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의 작품으로, 역(易)의 기본 원리를 도해(圖解)하고 설명을 붙인 것이다.
※동명(東銘) 서명(西銘) : 송나라 횡거(橫渠) 장재(張載)의 작품이다. 그는 제자들을 가르치던 서원에 두 개의 창문을 동서로 내고 동쪽 창문에는 〈폄우(砭愚)〉라는 제목의 글을, 서쪽 창문에는 〈정완(訂頑)〉이란 글을 써서 걸었다가, 이천(伊川) 정이(程頤)의 지적을 흔쾌히 받아들여 〈동명〉과 〈서명〉으로 바꾸었다.
※사물잠(四勿箴) : 송나라 이천(伊川) 정이(程頤)의 작품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동작하는 데 따른 공자(孔子)의 네 가지의 금지 사항에 대하여 교훈성이 짙은 잠언(箴言)의 문체를 빌려 스스로 경계 삼아 지은 글이다.
※심경찬(心經贊) : 송나라 진덕수(眞德秀)가 경전(經傳)과 송나라 도학자 등의 저술에서 심성수양(心性修養)에 관한 격언을 모아 《심경(心經)》이란 책으로 편찬하고, 자신이 지은 〈심경찬〉을 덧붙여 놓은 것을 말한다.
※난계(蘭溪)의~말 : 난계는 송나라 학자인 범준(范浚)이 살던 곳이다. 당시에 진회(秦檜)가 국정을 좌우하자, 범준은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이곳에서 후학들을 교육하면서 여생을 보냈는데, 학자들이 그를 향계선생(香溪先生)이라 칭하였다. 마음을 논한 말이란 그가 지은 <심잠(心箴)>을 말한다.
※회옹(晦翁)의~글 : 회옹은 주희(朱熹)의 호이며, 경을 위주로 한 글이란 〈경재잠(敬齋箴)〉을 말하는데, 40구에 달하는 이 글의 내용은 경을 위주로 해야 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구상찬(九像贊) : 주자(朱子)의 〈육선생화상찬(六先生畫象贊)〉에 나오는, 주염계(周濂溪), 정명도(程明道), 정이천(程伊川), 소강절(邵康節), 장횡거(張橫渠), 사마광(司馬光) 등 여섯 사람과 여기에 나오는 진덕수(眞德秀), 주자(朱子), 범준(范浚)의 화상찬을 합쳐 말한 것이다.
※영균(靈均)의 교결한 글 : 영균은 초나라 굴원(屈原)의 자(字)이다. 초 회왕(楚懷王)에게 버림받은 몸이 되어 멱라수(汨羅水)에 빠져 죽기 직전까지 소상강(瀟湘江) 일대를 배회하였다. 교결한 글이란 그가 죽기 직전에 지었던 〈회사부(懷沙賦)〉를 비롯하여 〈이소경(離騷經)〉 등에 많은 그의 작품을 말한다.
※출사표(出師表) : 제갈량(諸葛亮)이 출정하기에 앞서 한(漢)나라 유선(劉禪)에게 올린 글인데, 전후 두 편으로 되어 있다. 전출사표의 경우 선제(先帝)의 은혜에 대한 감격과 국가에 대한 충성 및 후주(後主)에 대한 간절한 부탁을 담고 있으며, 후출사표는 위(魏)와 촉(蜀)이 양립할 수 없음을 강조, 중원(中原)으로 진출하여 싸워야 함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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