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한시풍욕루

고운(孤雲) 최지원(崔致遠) 시 6편

황와 2013. 4. 15. 14:03

 

강남의 여인[江南女]

 

                                                       崔致遠 : 新羅

 

江南蕩風俗<강남탕풍속>  강남의 풍속은 예의범절이 없어서, 

養女嬌且憐<양녀교차련>  딸을 기를 때도 오냐오냐 귀엽게만

性冶恥針線<성야치침선>   허영심이 많아서 바느질은 수치로,  

粧成調管絃<장성조관현>   화장하고는 둥둥 퉁기는 가야금 줄

 

所學非雅音<소학비아음>   배우는 노래도 고상한 가곡이 아니요, 

多被春心牽<다피춘심견>   남녀의 사랑을 읊은 유행가가 대부분

自謂芳華色<자위방화색>   자기 생각에는 활짝 꽃 핀 이 안색,

長占艶陽年<장점염양년>   길이길이 청춘 시절 누릴 줄로만

 

却笑隣舍女<각소린사녀>   그러고는 하루 종일 베틀과 씨름하는,

終朝弄機杼<종조농기저>   이웃집 여인을 비웃으면서 하는 말  

機杼縱勞身<기저종노신>   베를 짜느라고 죽을 고생한다마는,

羅衣不到汝<나의부도여>   정작 비단옷은 너에게 가지 않는다고’

 

                                                 <古譯院(譯)>

 

 

우흥[寓興]

 

願言扃利門<원언경리문>   아무쪼록 이욕의 문에 빗장을 걸어,

不使損遺體<불사손유체>   부모님이 주신 몸 손상하지 말기를  

爭奈探者<쟁나탐주자>    어찌하여 구슬 뒤지는 저 사람들은, 

輕生入海底<경생입해저>    목숨 걸고 바다 밑으로 들어가는지

身榮塵易染<신영진역염>   몸의 영화는 속진이 더럽히기 쉽고,

心垢水難洗<심구수난세>   마음의 때는 물로도 씻기 어려운 법 

澹泊與誰論<담박여수논>   담박한 우정을 누구와 논해 볼거나,

世路嗜甘醴<세노기감례>   세상길은 감주만을 좋아하니 원

 

                                                    <崔致遠:新羅:古譯院(譯)>

 

珠 : 대본에는 ‘利’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아 《동문선(東文選)》 권4 〈우흥(寓興)〉에 의거하여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어찌하여~들어가는지 : 어떤 사람이 물속에 들어가서 귀한 구슬을 얻자, 그의 부친이 “천금의 가치가 나가는 구슬은 반드시 깊은 못 속에 숨어 사는 흑룡의 턱 밑에나 있는 법이다. 네가 그 구슬을 손에 넣은 것은 필시 그 용이 잠든 때를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흑룡이 깨어났더라면 너는 가루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夫千金之珠 必在九重之淵 而驪龍頷下 子能得珠者 必遭其睡也 使驪龍而寤 子尙奚微之有哉〕”라고 하면서 경계시킨 ‘탐주(探珠)’의 고사가 《장자》<열어구(列禦寇)〉에 나오는데, 보통 임금의 총애를 얻어 고위 관직에 오르는 사람의 위태로운 상황이나 벼슬길의 험난함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心垢水 : 대본에는 ‘心 缺 垢’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아 문맥을 감안하여 ‘水’를 보충하여 번역하였다.

담박한~원 : 참고로 《장자》〈산목(山木)〉에 “군자의 우정은 담박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교제는 달콤하기가 감주와 같다.〔君子之交淡若水 小人之交甘若醴〕”라는 말이 나온다.

 

 

도중에 짓다[途中作]

 

東飄西轉路歧塵<동표서전노기진>   먼지 자욱한 세상길 동쪽 서쪽 떠돌면서,

獨策羸驂幾苦辛<독책리참기고신>   홀로 야윈 말 채찍질하며 고생이 심하도다

           不是不知歸去好<불시부지귀거호>   돌아가면 좋은 줄을 나도 모르지 않지만,

只緣歸去又家貧<지연귀거우가빈>   다만 돌아가도 집이 가난한 그 연고로’

 

                                                       <崔致遠:新羅:古譯院(譯)>

 

 

  산양(山陽)에서 고향 친구와 작별의 이야기를 나누며.

 

相逢暫樂楚山春<상봉잠낙초산춘>  서로 만나 잠깐 누린 초산의 봄날,

又欲分離淚滿巾<우욕분리루만건>  다시 헤어지려니 수건에 눈물 가득

莫怪臨風偏悵望<막괴림풍편창망>   바람결 창망한 표정 괴상하게 생각 마오,

異鄕難遇故鄕人<리향난우고향인>   타향에서 고향 사람 만나기가 어디 쉽소’

 

                                                              <崔致遠:新羅:古譯院(譯)>

 

산양(山陽) : 산양이란 지명이 여러 곳에 있는데, 여기서는 고운의 활동 범위로 볼 때 아마도 지금의 강소성 회안현(淮安縣) 남쪽에 있는 지명을 가리키는 듯하다.

초산(楚山) : 여기서는 강남 지방의 산을 범칭한 것인 듯하다.

 

 

 

    봄날에 지우(知友)를 불러도 오지 않기에.

 

 

每憶長安舊苦辛<매억장안구고신>   고생 심했던 장안의 일 늘상 떠오르는데,  

那堪虛擲故園春<나감허척고원춘>   고향 동산 봄날을 어떻게 그냥 보낼 수야  

今朝又負遊山約<금조우부유산약>   산에 가자는 오늘의 약속 또 저버리다니,  

悔識塵中名利人<회식진중명리인>   속세의 명리 좇는 사람 내가 왜 알았는지’

 

                                              <崔致遠:新羅:古譯院(譯)>

  

    고의[古意].

 

狐能化美女<호능화미녀>   여우도 미녀로 변신할 수 있고,

貍亦作書生<리역작서생>   너구리도 서생이 될 수 있다네

誰知異類物<수지리류물>   누가 알겠는가 사람과 다른 짐승들이,

幻惑同人形<환혹동인형>   사람 모양 똑같이 하고 호리는 줄을

 

變化尙非艱<변화상비간>   몸을 바꾸기야 어려울 것이 있으리오, 

操心良獨難<조심량독난>   정말 어려운 것은 마음을 잡는 일이지

欲辨眞與僞<욕변진여위>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고 싶거들랑,

願磨心鏡看<원마심경간>   마음의 거울 닦고서 비춰 보시기를’

 

 

                                                          <崔致遠:新羅:古譯院(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