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성(騎省)에서 짓다.
을묘년 2월 19일 병조 참의로 입직하였다.
金爵含星動<금작함성동> 금작 별빛 머금어 움직이는 때,
觚稜曙色分<고릉서색분> 용마루에 새벽빛 차츰 밝아져
御溝流煖雪<어구유난설> 궁중 도랑 눈 녹은 물이 흐르고,
宿帳照明雲<숙장조명운> 방안 휘장 구름이 환히 비치네
酒席頒魚鑰<주석반어약> 술자리에 어약을 나누어 주고,
書生領虎賁<서생령호분> 서생으로 용감한 군사 거느려
樊籠欺野性<번농기야성> 우리 속에 갇힌 새 천성을 어겨,
惆悵憶離群<추창억리군> 동류 떠난 신세를 서글퍼하네’
<丁若鏞:朝鮮:古譯院(譯)>
※금작 : 궁전의 용마루 위에 장식한 구리쇠로 만든 봉황.
※어약 : 물고기 모양으로 된 자물통.
<2>
午門東畔小堂橫<오문동반소당횡> 정남문 동쪽에 작은 집이 놓였는데,
松籟檀陰盡日淸<송뢰단음진일청> 솔 소리 박달 그늘 온종일 맑은 기운
未有寸兵資宿衛<미유촌병자숙위> 숙직하며 경호할 때 이용할 무기 없어,
黙祈無事到三更<묵기무사도삼경> 탈 없이 삼경되길 남모르게 기원하네,
<丁若鏞:朝鮮:古譯院(譯)>
<3>
風捲雲河欲曙天<풍권운하욕서천> 바람이 운하 걷어 먼동이 트려 할 제,
八門魚鑰破春眠<팔문어약파춘면> 팔방 문 어약 열려 봄잠을 깨뜨리네
十人九向銀臺去<십인구향은대거> 열 사람 중 아홉 사람 은대 향해 간다고,
仗卒時來報枕邊<장졸시래보침변> 시위병 가끔 와서 베갯머리에 알리네‘
<丁若鏞:朝鮮:古譯院(譯)>
<4>
法殿東西列兩廂<법전동서열양상> 법전의 두 행랑채 동서로 줄지은 곳,
春寒禁旅飽氷霜<춘한금려포빙상> 봄추위 속 대궐 군사 몸이 꽁꽁 얼어붙듯
鐵衣襤褸朝餐薄<철의람루조찬박> 차디찬 옷 남루하고 아침거리 변변찮아,
羞殺蓮營選騎郞<수살연영선기랑> 연영이라 선기대의 낭관된 게 부끄러워’
<丁若鏞:朝鮮:古譯院(譯)>
장용영(壯勇營)을 연부(蓮府)라 부르는데 그 안에 선기대(選騎隊)가 있다.
<5> 삼가 어제(御製) 내원상화(內苑賞花) 시(詩)를 화답하다 병서(幷序)
上淸花木闢池臺<상청화목벽지대> 선경의 꽃나무 속에 못과 누대 트였는데,
綺席金盤曲宴開<기석금반곡연개> 비단 자리 금접시로 궁중 잔치 열리었네
微臣幸與長纓飮<미신행여장영음> 다행할사 한미한 신 고관들과 함께 마셔,
塵刹何由報此杯<진찰하유보차배> 작은 재주 무슨 수로 이 술잔을 보답할꼬’
<丁若鏞:朝鮮:古譯院(譯)>
대가(大駕)가 화성(華城)에서 돌아온 뒤 3월까지 신은 규영부(奎瀛府 규장각의 별칭)에 있으면서 《정리통고(整理通攷)》를 저술하였다. 임금께서 춘당대(春塘臺)에 거둥하시어 각신 (閣臣) 10여인-채제공(蔡濟恭)ㆍ서유린(徐有隣)ㆍ이만수(李晩秀)ㆍ윤행임(尹行恁) 등이다.-과 책을 저술한 제신(諸臣)-이익운(李益運)ㆍ홍인호(洪仁浩)이다.- 등을 불러들여 모두 내구 마(內廏馬)를 타고 호종하였다. 석거문(石渠門)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꽃구경을 한 뒤에 또 부용정(芙蓉亭)에 이르러 고기를 낚았다. 시를 지은 것은 또한 그 기쁨을 기술하기 위해서 였다.
<6> 삼가 어제(御製) 야등부용정소루부신갑인시령여주중서중인분운구호
(夜登芙蓉亭小樓復申甲寅詩令與舟中嶼中人分韻口呼) 시(詩)를 화답하다.
蓮葉輕浮太乙船<연엽경부태을선> 태을진인 연잎 배 가볍게 둥둥 떴는데,
仙官摠在鏡中天<선관총재경중천> 선관 모두 거울 속 하늘에 들어 있네
珠徽度曲迷春水<주휘도곡미춘수> 거문고줄 노랫가락 봄물 위에 퍼지고,
銀燭成行透夕煙<은촉성행투석연> 줄을 이룬 등불빛 저녁 안개 무색하다
千樹花枝承委佩<천수화지승위패> 일천 나무 꽃가지는 학사 패옥 어울리고,
三山翠蓋壓芳筵<삼산취개압방연> 푸른 일산 삼각산이 꽃다운 자리 굽어보네
盈盈法醞猶餘醉<영영법온유여취> 청아한 궁중 술에 취기 또한 도도한데,
乘月歸來御柳邊<승월귀래어류변> 대궐 버들 아래로 달빛 타고 돌아온다’
<丁若鏞:朝鮮:古譯院(譯)>
※태을진인 연잎 배 : 송 나라 한구(韓駒)가 화가 이공린(李公麟)이 그린 태일고야도(太一姑射圖)를 보고 지은 시의 “태일진인 저 신선 연잎 배를 탔는데 건 벗어 머리 드러나 찬바람에 날리누나[太一眞人蓮葉舟 脫巾露髮寒颼颼]”에서 나온 말이다. 태을은 태일(太一)과 통용하며 본디 별 이름이다.
※선관 : 벼슬을 지닌 신선. 곧 규장각ㆍ예문관ㆍ홍문관 등의 청직(淸職)을 띤 사람을 가리킨다.
<7>삼가 어제(御製) 세심대상화(洗心臺賞花) 시(詩)를 화답하다.
千樹花中百尺臺<천수화중백척대> 무수한 꽃나무 속에 백척 높은 세심대,
春風六十一回開<춘풍육십일회개> 예순 한 번째 돌아온 봄바람에 트이었네
願將滿眼紅霞片<원장만안홍하편> 눈에 가득 저 붉은 노을조각 가져다가,
盡汎龍樓獻壽杯<진범룡루헌수배> 용루라 헌수배에 가득가득 띄우고파’
<丁若鏞:朝鮮:古譯院(譯)>
※예순 한 번째 돌아온 :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惠敬宮) 홍씨(洪氏)의 환갑을 가리킨다.
※용루 : 대궐의 별칭.
<8> 삼가 어제 주갑탄신지희(周甲誕辰識喜) 시(詩)를 화답하다.
鳳曆慈天紀<봉력자천기> 자천 아래 운행되는 성군의 세상,
虹流聖節觴<홍류성절상> 자궁 회갑 술잔에 무지개빛 흘러
文孫同日慶<문손동일경> 문왕 손자 마찬가지 경하드릴 제,
軒樂九霄張<헌락구소장> 풍악소리 하늘 높이 울려 퍼지네
瑞靄浮長樂<서애부장락> 상서로운 안개는 장락에 뜨고,
需雲溢建章<수운일건장> 복스러운 구름은 건장에 넘쳐
恩綸敷浩蕩<은륜부호탕> 크나큰 은혜 담긴 윤음 내리자,
華祝滿東方<화축만동방> 화봉삼축 우리 동방 가득하여라’
<丁若鏞:朝鮮:古譯院(譯)>
※자천 : 본디 불교에서 말하는 제천(諸天)의 하나인데 여기서는 혜경궁 홍씨를 가리킨 듯하다.
※장락 : 한(漢) 나라 때 태후(太后)가 거처하던 궁전 이름으로 혜경궁의 처소를 뜻한다.
※건장 : 한 무제(漢武帝) 때 미앙궁(未央宮) 서쪽에 세운 대궐 이름으로 궁궐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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