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한시풍욕루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시 8편

황와 2013. 4. 15. 15:19

 

<1> 기성(騎省)에서 짓다.

 

                                         을묘년 2월 19일 병조 참의로 입직하였다.

 

金爵含星動<금작함성동>  금작 별빛 머금어 움직이는 때,  

觚稜曙色分<고릉서색분>  용마루에 새벽빛 차츰 밝아져

 

御溝流煖雪<어구유난설>  궁중 도랑 눈 녹은 물이 흐르고,

宿帳照明雲<숙장조명운>  방안 휘장 구름이 환히 비치네

 

酒席頒魚鑰<주석반어약>  술자리에 어약을 나누어 주고,

書生領虎賁<서생령호분>  서생으로 용감한 군사 거느려

 

樊籠欺野性<번농기야성>  우리 속에 갇힌 새 천성을 어겨,  

惆悵憶離群<추창억리군>  동류 떠난 신세를 서글퍼하네’

 

                                                             <丁若鏞:朝鮮:古譯院()>

 

 

금작 : 궁전의 용마루 위에 장식한 구리쇠로 만든 봉황.

어약 : 물고기 모양으로 된 자물통.

 

 

<2>

 

午門東畔小堂橫<오문동반소당횡>  정남문 동쪽에 작은 집이 놓였는데,  

 

松籟檀陰盡日淸<송뢰단음진일청>  솔 소리 박달 그늘 온종일 맑은 기운

 

未有寸兵資宿衛<미유촌병자숙위>  숙직하며 경호할 때 이용할 무기 없어, 

 

黙祈無事到三更<묵기무사도삼경>  탈 없이 삼경되길 남모르게 기원하네,

 

                                                         <丁若鏞:朝鮮:古譯院()>

 

<3>

 

風捲雲河欲曙天<풍권운하욕서천>   바람이 운하 걷어 먼동이 트려 할 제,

 

八門魚鑰破春眠<팔문어약파춘면>    팔방 문 어약 열려 봄잠을 깨뜨리네

 

十人九向銀臺去<십인구향은대거>   열 사람 중 아홉 사람 은대 향해 간다고,

 

仗卒時來報枕邊<장졸시래보침변>   시위병 가끔 와서 베갯머리에 알리네‘

 

                                                       <丁若鏞:朝鮮:古譯院()>

 

<4>

 

法殿東西列兩廂<법전동서열양상>  법전의 두 행랑채 동서로 줄지은 곳,

 

春寒禁旅飽氷霜<춘한금려포빙상>  봄추위 속 대궐 군사 몸이 꽁꽁 얼어붙듯

 

鐵衣襤褸朝餐薄<철의람루조찬박>  차디찬 옷 남루하고 아침거리 변변찮아,

 

羞殺蓮營選騎郞<수살연영선기랑>  연영이라 선기대의 낭관된 게 부끄러워’

 

                                                           <丁若鏞:朝鮮:古譯院()>

 

장용영(壯勇營)을 연부(蓮府)라 부르는데 그 안에 선기대(選騎隊)가 있다.

  

 

<5> 삼가 어제(御製) 내원상화(內苑賞花) (詩)를 화답하다 병서(幷序)

 

 

 

上淸花木闢池臺<상청화목벽지대>   선경의 꽃나무 속에 못과 누대 트였는데,

 

綺席金盤曲宴開<기석금반곡연개>   비단 자리 금접시로 궁중 잔치 열리었네

 

微臣幸與長纓飮<미신행여장영음>   다행할사 한미한 신 고관들과 함께 마셔, 

 

塵刹何由報此杯<진찰하유보차배>   작은 재주 무슨 수로 이 술잔을 보답할꼬’

 

                                                               <丁若鏞:朝鮮:古譯院()>

 

대가(大駕)가 화성(華城)에서 돌아온 뒤 3월까지 신은 규영부(奎瀛府 규장각의 별칭)에 있으면서 《정리통고(整理通攷)》를 저술하였다. 임금께서 춘당대(春塘臺)에 거둥하시어 각신 (閣臣) 10여인-채제공(蔡濟恭)ㆍ서유린(徐有隣)ㆍ이만수(李晩秀)ㆍ윤행임(尹行恁) 등이다.-과 책을 저술한 제신(諸臣)-이익운(李益運)ㆍ홍인호(洪仁浩)이다.- 등을 불러들여 모두 내구 마(內廏馬)를 타고 호종하였다. 석거문(石渠門)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꽃구경을 한 뒤에 또 부용정(芙蓉亭)에 이르러 고기를 낚았다. 시를 지은 것은 또한 그 기쁨을 기술하기 위해서 였다.

 

<6> 삼가 어제(御製) 야등부용정소루부신갑인시령여주중서중인분운구호

      (夜登芙蓉亭小樓復申甲寅詩令與舟中嶼中人分韻口呼) (詩)를 화답하다.

 

 

蓮葉輕浮太乙船<연엽경부태을선>  태을진인 연잎 배 가볍게 둥둥 떴는데,  

仙官摠在鏡中天<선관총재경중천>  선관 모두 거울 속 하늘에 들어 있네

 

珠徽度曲迷春水<주휘도곡미춘수>  거문고줄 노랫가락 봄물 위에 퍼지고,  

銀燭成行透夕煙<은촉성행투석연>   줄을 이룬 등불빛 저녁 안개 무색하다

 

千樹花枝承委佩<천수화지승위패>   일천 나무 꽃가지는 학사 패옥 어울리고,

三山翠蓋壓芳筵<삼산취개압방연>   푸른 일산 삼각산이 꽃다운 자리 굽어보네

 

盈盈法醞猶餘醉<영영법온유여취>   청아한 궁중 술에 취기 또한 도도한데,

乘月歸來御柳邊<승월귀래어류변>   대궐 버들 아래로 달빛 타고 돌아온다’

 

                                                         <丁若鏞:朝鮮:古譯院()>

 

 

태을진인 연잎 배 : 송 나라 한구(韓駒)가 화가 이공린(李公麟)이 그린 태일고야도(太一姑射圖)를 보고 지은 시의 “태일진인 저 신선 연잎 배를 탔는데 건 벗어 머리 드러나 찬바람에 날리누나[太一眞人蓮葉舟 脫巾露髮寒颼颼]”에서 나온 말이다. 태을은 태일(太一)과 통용하며 본디 별 이름이다.

선관 : 벼슬을 지닌 신선. 곧 규장각ㆍ예문관ㆍ홍문관 등의 청직(淸職)을 띤 사람을 가리킨다.

 

 

<7>삼가 어제(御製) 세심대상화(洗心臺賞花) (詩)를 화답하다.

 

 

千樹花中百尺臺<천수화중백척대>   무수한 꽃나무 속에 백척 높은 세심대,

 

春風六十一回開<춘풍육십일회개>   예순 한 번째 돌아온 봄바람에 트이었네

 

願將滿眼紅霞片<원장만안홍하편>   눈에 가득 저 붉은 노을조각 가져다가,

 

盡汎龍樓獻壽杯<진범룡루헌수배>   용루라 헌수배에 가득가득 띄우고파’

 

                                                          <丁若鏞:朝鮮:古譯院()>

 

예순 한 번째 돌아온 :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惠敬宮) 홍씨(洪氏)의 환갑을 가리킨다.

용루 : 대궐의 별칭.

 

 

<8> 삼가 어제 주갑탄신지희(周甲誕辰識喜) (詩)를 화답하다.

 

 

鳳曆慈天紀<봉력자천기>  자천 아래 운행되는 성군의 세상,

虹流聖節觴<홍류성절상>  자궁 회갑 술잔에 무지개빛 흘러

 

文孫同日慶<문손동일경>   문왕 손자 마찬가지 경하드릴 제,

軒樂九霄張<헌락구소장>   풍악소리 하늘 높이 울려 퍼지네

 

瑞靄浮長樂<서애부장락>   상서로운 안개는 장락에 뜨고,

需雲溢建章<수운일건장>   복스러운 구름은 건장에 넘쳐

 

恩綸敷浩蕩<은륜부호탕>   크나큰 은혜 담긴 윤음 내리자, 

華祝滿東方<화축만동방>   화봉삼축 우리 동방 가득하여라’

 

                                                       <丁若鏞:朝鮮:古譯院()>

 

자천 : 본디 불교에서 말하는 제천(諸天)의 하나인데 여기서는 혜경궁 홍씨를 가리킨 듯하다.

장락 : 한(漢) 나라 때 태후(太后)가 거처하던 궁전 이름으로 혜경궁의 처소를 뜻한다.

건장 : 한 무제(漢武帝) 때 미앙궁(未央宮) 서쪽에 세운 대궐 이름으로 궁궐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