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한시풍욕루

목은(牧隱) 이색(李穡) 시 3편

황와 2013. 4. 17. 21:14

<1> 야음(夜吟)

 

 

行年已知命<행년이지명>  내 나이 벌써 오십인데,  

身世轉悠哉<신세전유재>  신세가 더욱 망연하네

細雨燈前落<세우등전락>  가는 비는 등잔불 앞에 뿌리고,  

名山枕上來<명산침상래>  좋은 산은 베개 위에 오네

憂時知杞國<우시지기국>  때를 근심하니 기국 사람의 마음알겠고,

請始有燕臺<청시유연대>  내게서 시작하라는 것은 연 나라 대가 있네

恰到俱忘處<흡도구망처>  영욕을 다 잊는 지경에 이르러,

心原冷欲灰<심원랭욕회>  마음이 찬 재로 되려 하네‘

 

                                                                                                         < 牧隱 李穡 高麗:古譯院()>

 

기국(杞國) 사람의 마음 : 기국(杞國)의 어느 사람이, 만약 하늘이 무너지면 어찌하나 하고 매우 근심하였다.

연(燕) 나라 대(坮) : 연소왕(燕昭王)이 어진 선비를 구하니, 곽외(郭隗)가 말하기를,

“옛날에 임금이 천리마(千里馬)를 구하려고, 사람을 시켜 천금(千金)을 가지고 사방으로 다니며 찾으라 하였더니,

그 사람이 천리마를 찾고 본즉, 말이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죽은 말의 머리를 오백금에 사 가지고 왔더니 임금이 노하여 꾸짖으므로,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죽은 천리마를 오백금에 샀다는 소문이 사방에 퍼지면 산 천리마가 절로 찾아 올 것입니다.’ 하더니,

과연 일 년 만에 천리마를 몰고 온 사람이 둘이나 되었다 합니다.

그런즉, 내가 비록 어질지 못하나 어진 선비를 구하시려면 먼저 나에게 융숭한 대접을 시작하여 보십시오.” 하였다.

 연 소왕은 그 말대로 대(坮)를 쌓고 곽외를 먼저 스승으로 섬기었더니, 과연 사방에서 어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2> 우음(偶吟)

 

桑海眞朝暮<상해진조모>  상전벽해가 참으로 아침저녁인데,

浮生況有涯<부생황유애>  하물며 부생은 가이 있음에랴

陶潛方愛酒<도잠방애주>  도잠은 바야흐로 술을 사랑하고,

江摠未還家<강총미환가>  강총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네

小雨山光活<소우산광활>  가랑비가 지나니 산빛이 살았고,  

微風柳影斜<미풍류영사>  가는 바람에 버들 그림자가 비낀다

句回還游意<구회환유의>  멀리 놀러 가려던 뜻을 돌려,

獨坐賞年華<독좌상년화>  혼자 앉아 풍경을 보내네’

 

                                                                                                           <李穡:高麗:古譯院()>

 

부생(浮生)은 가이 있음에랴 : 사람의 생(生)에는 가[涯 마지막 한도]가 있다. 그러므로 생애(生涯)라 한다.

강총(江摠)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네 : 양(梁) 나라 문인(文人) 강총(江摠)이 난리를 만나서 고향을 떠나,

    그의 외숙이 있는 영남(嶺南)으로 가서 의탁하였는데,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를 지었다.

 

<3> 부생(浮生)

 

浮生安足恃<부생안족시>  부생을 어이 믿으리오,  

老病競侵尋<로병경침심>  늙고 병드는 것이 다투어 침노하네

日月環雙鬢<일월환쌍빈>  해와 달은 두 귀 밑에 고리요,

乾坤矢一心<건곤시일심>  건곤은 한 심에 화살이로다

袖風晴倚杖<수풍청의장>  바람이 소매에 드는데 갠 날 지팡이에 기대고,  

衣露夜鳴琴<의로야명금>  이슬에 옷 젖는데 밤에 거문고 울리네

萬慮自此靜<만려자차정>  만 생각이 이로부터 고요해지니,  

渺然天地深<묘연천지심>  까마득하게 하늘 땅이 깊네’

 

                                                                                                             <李穡:高麗:古譯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