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23 쌀 찧고 처외숙 병 위문, 제자와 저녁, 친지 상가 문상,/264
오늘을 부르는 사람이 많다.
당당한 사람들 만나니 반갑다.
노오란 눈 달린 현미쌀
가을부터 사서 두고 한 가마니씩 찧어 나른다.
여덟 식구 식량이 어미 사랑이다.
고달픈 아내는 인연을 놓지 않고 외롭다.
둘이 한 차 타고 다니는 게 오직 여행.
남진 동네 가라앉은 봄 기운도 보고
봉산서원(鳳山書院) 삼충사(三忠祠)
문짝 떨어져 나감도 읽었다.
처외숙모 사주 팔자가 삶을 옭아맨 듯
영감은 결핵병원에 보내고,
한 며느리 또 비명에 보내고
소몰이 나뭇군 꼬부랑 노인되어
애닲은 삶 한숨 쉰다.
처외삼촌 또 개장국이 자시고 싶은가 봐
국립병원 결핵 별관에 숨었다.
일평생 흙과 싸우다가
모진 병 가슴이 아픈 양
억지로 편해도 좋으니
이제 농삿일 내려 놓고 좀 쉬라고
처외숙모 뚱뚱 부어 호소할 데를 찾는다.
밤에는 남지 제자 만나러 나간다.
그들 나 만나러 행복 꿈꿨듯이
나도 그들 만나러 가슴 데우며 맞이했다.
찬호 회장, 경숙이 부회장
그리고 싱겁이 정환이
말 없던 아이가 자라면서 입에 기(氣)가 올랐다.
말들이 기쁨이고 사랑이다.
작은 선물도 황송하다.
정환 만나기 위해 상상하고
마주 보며 추억 꺼내고
일 주일은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단다.
나도 그렇다. 우리 어린 개구쟁이들
동포 도토리 친구집
도토리 수제비에 파전 동동주
주인의 밤 뺏어먹어 10시에 쫓겨났다.
이젠 마지막 코스
어둔 밤 어슬픈 차를 몰고
안내 아가씨 역정 설정 또 설정
부산 끄트머리 영락공원 영안실
외아들 호야 가족, 조카 영숙이 경호
동서 아산댁 남겨놓고
옛 고향 사람들 불러놓고
명동 아지매는 영감 찾아 떠났단다.
대전 현충원까지 찾아간단다.
참 애닲은 청상(靑裳)의 일생
먼 인연 만나고
또 인연 떠나 보내고
그게 인생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