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나무
07.9.25 성묘차 촬영
1950년 여름 어느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우리 집은
인민군 소굴이 되었었지.
대밭에 말을 매고
총 앞에 밥 해준다고
우리 집 아녀자들은
야단법석이었고.
밤을 틈타
늙은 할아버지
가실 길 가깝다고 홀로 남겨두고
온 가족 엎고 지고
별빛을 따라
나무내강을 건너 갔었지.
어둠에 밟히고
구렁 논에 빠지고
무작정 안전하다는 곳 찾아
난 고모 등에 엎혀
호강하며 피난했었지.
등건이로, 지소로,
마진으로, 자골로......
겨우 걸친 홋적삼에
억수같은 소낙비로
추위를 몰고와
등건 큰 정자나무 아래에서
오들오들 떨었었지.
하늘에선 "두루룩 두루룩"
기총소사(機銃疎射) 불꽃 빨랫줄처럼 떨어지고
"쿵, 쿵", 대포소리에
무서움에 떨었었지.
늦은 밤 잠자다가
우두둑 비가 오면
아름드리 정자나무 밑은
피난민의 보금자리였었지.
바로 그 나무가
57년 지난 쓰린 세월에
새까매진 속을 태우고
껍질에 겨우 새살 붙여
푸른 가을 하늘처럼
굳세게 평화롭게 환생하고 있다.
민족상쟁의 쓰라린 내력을
참고 숨기며,
가녀린 희망하나로
새 생명 얻어
끈질긴 민족성을 애기하고 있다.
등건정자나무2 -모진 생명
[추기] - 이 정자나무는 남해고속도로 확장공사로
다시 옆으로 이식되어 삶의 애환을 다시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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