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고운사진첩

그 때 그 나무

황와 2007. 9. 27. 14:54

 

 

 

               그때 그 나무

                                                               07.9.25 성묘차 촬영

1950년 여름 어느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우리 집은

인민군 소굴이 되었었지.

대밭에 말을 매고

 앞에 밥 해준다고

우리 집 아녀자들은

야단법석이었고.

 

밤을 틈타

늙은 할아버지  

가실 길 가깝다고 홀로 남겨두고

온 가족 엎고 지고

별빛을 따라

나무내을 건너 갔었지.

 

어둠에 밟히고

구렁 논에 빠지고

무작정 안전하다는 곳 찾아

난 고모 등에 엎혀

호강하며 피난했었지.

 

등건이로, 지소로,

마진으로, 자골로......

 

겨우 걸친 홋적삼에

억수같은 소낙비로

추위를 몰고와

등건 큰 정자나무 아래에서

오들오들 떨었었지.

 

하늘에선 "두루룩 두루룩" 

기총소사(機銃疎射) 불꽃 빨랫줄처럼 떨어지고

"쿵, 쿵", 대포소리에

무서움에 떨었었지.

늦은 밤 잠자다가

우두둑 비가 오면

아름드리 정자나무 밑은

피난민의 보금자리였었지.

 

바로 그 나무가

57년 지난 쓰린 세월

새까매진 속을 태우고

껍질에 겨우 새살 붙여

푸른 가을 하늘처럼

굳세게 평화롭게 환생하고 있다.

 

민족상쟁의 쓰라린 내력

참고 숨기며,

가녀린 희망하나로

새 생명 얻어

끈질긴 민족성을 애기하고 있다.

 

 

 등건정자나무2 -모진 생명

 

 

[추기] - 이 정자나무는 남해고속도로 확장공사로

          다시 옆으로 이식되어 삶의 애환을 다시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