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겐 은인이었던 장모님이
우리곁을 떠나신지 14주년
그러나 아들집으로 제사 가고나서
오늘 모라동 아들 며느리 그들이 병원 드나들고 있으니
그 들 미안할까 봐 내가 미안해서
우리 내외는 용산리 산소로 찾아 간다.
오래간만에 봄나들이 아내 함께 태우고
남지 옛터 친정길 간다.
대신동 경도처남 태우고
함께 가니 가장 편안한 처족 형제들이다.
길가에 노오란 산수유가 우릴 반긴다.
용산리 골짜기 외로이 누워계신 장모님
동쪽 산마루 눈앞에 낭군님 바라보고
인연이 아닌듯 부질없는 장난이 되어
진주정씨 충장공파 올곧은 딸은
하룻밤 사랑을 주어 딸하나 낳고
뒤에 안 운명으로 소실되어 산 인생
시가에가도 친가에 가도 버려진 생활
오로지 딸하나 고이 길러 유명인사 혼처 정해
호시호강 누리려 했건만
시커먼 부도둑같은 멀쩡한 키다리
나에게 딸을 주고 밤새워 울어댔겠지
고명딸 내게 주셨고
외손자1 손녀1
정성과 모성이상으로
올바르게 키우셨고
세상에 둘도 없는 내 아이들로
내 몸 아픈 것처럼 건사해 주셨으니
아이들 쑥쑥 자라게 식모노릇 빨랫어미 노릇
고맙고 고마운 또 어머니셨다.
40여년간 오리와 함께 기거하며
흐트러짐 없이 항상 절갈한 자세
백발 머리 물들이고 가르마 곧은 줄
양쪽으로 빗어 넘기고
다빠진 머릿결도 가채섞어 땋아 동백기름 바르고
항상 고결한 모습으로
살갗 하나 허트로 보이지 않으셨다.
평생 온몸으로 일군 노점상 돈을 모아
국민주택지어 우리집 만드시고
친정 들에 펼쳐진 전답의 식량을
매년 오지게 찧어와 식량까지 제공했으니
난 오로지 아무걱정없이 교육에 매진할 수 있었지
그러나 노후년에 발병한 원체 약한 척추뼈로
변솟길에 압박골절로 병원에서 병원으로
노인병원 가기 싫다던 말 외면하며
운신 못하던 그 아픔 늘 미안하여
동마산병원에서 하직하시던 그 서러움
정다운병원에서 하늘로 승천하셨으니
그때 그 맘이 아직도 우리를 지키고
손자들을 어루만져 잘되게 해 주십니다.
참고맙고 꼿꼿했던 말도
남에게는 우리 사위 잘난 사위
자랑해 주셨던 그 소문이 이제사 내귀에 든다.
좋아하던 딸기 한 접시
못먹는 소주 한 잔 사과 한 개
잔 치고 셋이서 재배하는 것이 모든 절차다.
비석앞에 앉아서 음복주 나누어 먹고
딸기 까서 입에 넣으며 고마움 먹는다.
그게 우리들 보은 성묘라면
너무나 형식적이고 허전한 허식이다.
그러고서 우리할일 다했다는 것이 늘 미안하다.
마음으로는 더 뜻있게 하고 싶은데
매양 한가지다.
아내는 눈에 봄나물이 보이는가
나물칼 쥐고 뜯는다.
건너편 황영규 처남 봄밭에서
힘차게 움터오르는 봄동배추, 냉이 캐고
싱싱한 봄맛 입맛돋우려고
한껏 캐서 담으니 한가마니쯤 묵직하다.
아내는 이걸로 우리동네 여인들 맘잡으려나 보다.
힘껏 얻어오면 다 나누어 주인이 되어왔던 배려심
항상 얻은 걸 나누어 세상이 따뜻하게 만든다.
오다가 처남댁 상추까지 더 얻어
우리터 옆 우리집 식당에서 따뜻한 밥솥 식당
편안한 한식당 우리입에 맞아 이야기하며 즐거웠다.
친구같은 처족 처남 만나면 서로 정이 깊다.
처남이 먼저 긁을까 봐 내가 먼저 계산한다.
사장 여인과 우연한 말 섞어
우리 밭에 채소라도 가꾸어 먹으라고 하고
우리터를 잘 지켜보라고 전했다.
그들도 반기며 서로 전화번호 주고받았다.
돌아오는 길 옛길 이야기 하며
집에 와서 가져온 나물 채소 다 치닥거리 하고
나누어 주고 가리고 씻고
오늘 저녁밥은 봄향기 반찬 최고의 밥상이다.

'육사뜰 소식 > 만사참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정 삼선생(근재공, 행와공, 행정공) 춘향례 참례 (0) | 2025.04.04 |
---|---|
근호재 봄동산 나물 캐기 외출. (0) | 2025.04.02 |
부마 7우 해운대 송정 해우 산책 (0) | 2025.03.10 |
창진회 만남 (0) | 2025.03.08 |
석우회 참석 (0) | 2025.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