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조상사료실

경덕사 상량문

황와 2024. 6. 8. 23:44

 경덕사 상량문

 

지어보노니 사우(祠宇)는 반드시 조상의 제사함에 있고 예()는 처음부터 근본을 잊지 않음이다.

천고의 유음(遺蔭)이 끊어지지 않고 전지와 함께 장구할 것이며 조촐한 묘당(廟堂)을 이룩했음은 효사(孝思)의 법칙을 잊지 않음이라

조음동학(召音洞壑)은 밀양의 대명지(大名地)이디.

공손히 생각해 보건대 우리나라 재령이씨(載寧李氏) 득관조(得貫祖)이신 순성보조공신(純誠補祚功臣) 시중(侍中) 부군(府君)은 표암공(瓢巖公)의 후손이요, 재령이씨(載寧李氏) 시조(始祖)이시다.

관작(官爵이 일품(一品))에 올랐으니 모습 그려 영정각(靈旌閣)에 모시니 환히 빛나고

사승(史乘)에 무궁하게 드리워 서적에 기록하였으니 빛나도다.

선대(先代)는 비록 아득해졌으나 남기신 규범(規範)은 오직 자손이 지켜오고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가 거듭하여 문헌(文獻)의 징거(徵據)가 없구나.

분묘(墳墓)를 잃어 전전하지 못함을 개한(慨恨)하여 자연(紫髥)의 늙은이도 눈 여겨 보는 사람이 없고,

봉사(奉祀)하고자 하여도 의탁할 곳이 없어 후손들의 단혈성심(丹血誠心) 없음이 한스럽다.

동지(冬至)때에 잔 드리는 의식을 오래 궐()하여서 상강(霜降)의 계절에 첨소(瞻掃)의 감모(感慕)가 더욱 간절하다. 선조를 모실 곳을 미쳐 겨를이 없어 마련하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이룩하게 되어서

후손들이 각고을에 산재하게 되어서 이로 인하여 소원(疏遠)하여 회합하기 어려웠다.

대동화수회(大同花樹會) 석상(席上)에서 공론(公論이 발의되어 사우건축(祠宇建築) 장소를 정하고

경건(敬虔)히 모실 제사방책(祭祀方策)을 논정(論定)했네.

들나고 감추고 더디고 빠름은 실로 천리소관(天理所關)의 말미암이요,

협력하고 합심함은 필히 인사(人事)의 기다림에 있는 것 같다.

조음동(召音洞)에 터 잡은 것은 자손 묘소 남쪽 가까운 곳을 취함이라.

점쳐서 길일을 정하니 공인(工人)이 모두 모여든다.

산명수려(山明水麗)한 지세(地勢)의 그윽한 심처(深處)가 둘도 없는 적지(適地)이다.

문간이나 담장은 검소(儉素)함도 없고 사치함도 없다계단은 좁지도 않고 넓지도 아니하다.

위로는 묘우(廟宇)가 정교(精巧)하고 치밀(緻密)하여 선조의 영혼이 오르내리실 때 위안이 되고

아래로는 뜰과 문간이 완전하고 굳게 하려면 자손을 주선(周旋)할 차례를 펼쳐야 한다.

사랑이 자극하면 보존(保存)되고 아름다움이 지극하면 들난다.

형체(形體)가 없어도 볼 수 있고 소리가 없어도 들으리라.

여기 육위(六位)의 문사(文詞)를 펼쳐 나란히 올려질 상량(上樑)을 도우련다.

 

대들보를 들어서 동쪽으로 바라보니

천기(天氣)가 융합하여 아침햇살 붉게 떠 오르네

밤이 가고 낮이 옴이 끝내 쉬지 않으니 장차 이 뜻을 알려거든 하느님께 물어보소.

 

대들보를 들어서 서쪽을 바라보니

덕산(德山)이 높아서 하늘과 더불어 가지런하다.

푸른 숲 사이로 구비쳐 맑은 물이 흐르고 산비둘기 울음소리 해 떨어진다.

 

대들보를 들어서 남쪽으로 바라보니

낙동강수(洛東江水) 하늘 빛과 함께 푸르르다.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을 따라 옛부터 나고 충군(忠君)하고 보국(報國)할 인물이 수없이 이어진다.

 

대들보를 들어서 북쪽을 바라보니

산문(山門)과 수구(水口)가 서로 섞여 둘려있다.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김을 아는 이 누가 있어 천년을 기다려서 과녁 맞추듯 때가 맞았네.

 

대들보를 들어서 위로 바라보니

창공(蒼空)이 만리(萬里)나 뻗어서 우주는 넓구나.

하늘이 높다고 말하지 마라 어두워도 보고 듣느니라.

감응유래(感應由來)알고 보면 보상(補償)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대들보를 들어서 아래로 바라보니

첨지에 풍우(風雨)치니 철마(鐵馬)의 울음인가.

천하의 분분함에 어느 시대 없어지나, 천리(天理)가 돌고돌아 태평세월 있느니라.

 

엎드려 바라건대 상량한 뒤에는 자손들이 돈목(敦睦)의 풍조(風潮)를 숭상(崇尙)하고

지령(地靈)을 타서 상서(祥瑞)의 기운으로 기쁘게 하소

제사(祭祀)는 영세(永世)토록 바꾸지 말며 동우(棟宇)는 무궁하게 길이 새로우리다.

천지와 함께 계승하고 해와 달과 별의 빛을 함께 갖추어서 처음에서 끝까지 비치게 하소서

 

                                                             단기 4320년 정묘(丁卯) 가을 829일 미시(未時) 상량(上樑)

                                                                                    후손 인섭(仁燮) 삼가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