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4 김장해서 아이들 집으로 배송하다./264 |
매년 연말이면 고향집 부모에겐 큰 숙제가 있다.
그 아이들 엄마손맛
손자들 작은 입으로 들어갈 간간한 김치
오로지 손자의 표정이 걱정의 표정이다.
안 매워야 할 텐데
안 짜야 할 텐데
무얼 어떻게 재료를 넣어야 할까?
아무리 덜매운 고추를 주문해도
막상 가져와 고춧가루가 되면 맵다.
아이의 보채는 울음 눈물이 눈에 읽힌다.
할머니가 매우 잘못한 것처럼 미안해 한다.
며칠이고 역시장 나다니면서 맛나게
오로지 그놈들 눈만 보고 재료를 구해
버므렸는데 첫 간보기 입에 넣자마자
실패한 양 후회를 한다.
그렇게 안매운 것 노래불렀건만
결과는 짜고 또 뒤끝이 맵다.
손자놈 입안에서 불이 날 게다.
또 실험이 시작된다.
주부의 음식솜씨는 영원한 탐구학습인 것 같다.
각종 조미료의 선택과 그 양의 혼합으로
입에 딱 맞는 간을 맞추는 재주
고향 엄마의 손맛 아니면 정답이 없다.
그래서 아들에게 손자에게 그맛 전수하려고
겨울이 오면 반찬갈무리 김치
연말 정례사가 되었다.
이번 가을에는 모전에게서 노랑배추 20포기 얻고
또 강원도 고냉지 배추라고 강릉배추 2단 더 사고
온갖 양념재료 특별히 고추는 시장에서 5근 사고
고향 숙모에게서 5근 얻고
또 고추가루 누가 보내준 것으로 하니
맵기 정도가 각각 다르다.
조심해서 찹쌀풀에 배, 생강, 생새우, 새우젖
믹서기 빌려와 갈아넣고 무 채 썰어넣고
들깨도 볶아 갈아넣고
참깨도 뿌리고
맛있을 거라고
새끼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고는
땀이 바짝나며 맵다.
손자 입맛에 안맞을 거라 탈기를 한다.
조금 싱겁게 덜 맵게한다고 무를 더 갈아 넣고
온갖짓 다해도 입안이 활활거린다.
모든 절차 중단하고
손자 입맛에 맞는 양념 다시 버므린다.
작은 다라이에 한 다라이 섞어
손자놈 입맛에 맞는 김장부터 먼저 한다.
엊저녁에 소금간 절여서 씻어 채반에 담고 물을 빼 놓고
배추 뿌리를 조금씩 잘라내어 다듬고
양념 식탁 위에 비닐 깔아 부어 놓고
한포기 한포기 내 투박한 손으로 배추를 쓰다듬으니
맛좋은 할매표, 할배표 고향김치가 탄생한다.
그 속에 정성과 참맛을 집어넣는다.
고향놀이 마술사는 우리 부모님들이다.
성남으로 보내는 택배 연락하여
1시경에 겨우 시간 맞춰 CJ택배에게 부치고
특히 아들네에 보내는 김치를 최상품으로 보내고
조금 질낮은 양념을 우리가 먹을 양
김치냉장고 안에 보관해 두었다.
양손에 엄마손 고무장갑 끼고
종일 식탁에 앉아 김장 치댔다.
그리고 맨 먼저 아이들 집으로 택배 부쳤다.
여인들 사고법 김치 다 만들어 택배 보내는 것이 아니라
보내기 전에 택배회사에 전화해 1시까지 온다고 하니
그 시간에 맞춰 갑자기 속도를 올리니
넉넉한 노인네 손길이 몸시 재촉되어 쉼없이 무리를 한다.
온 만신이 아프고 피곤해도
오로지 일념으로 아이들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 그리며
택배 도착시간에 쫓기고 만다.
바쁘다 보니 길섶에 세워둔 간장병 넘어뜨려
온천지 마루바닥에 젖장내 닦아내느라 혼이 나고
다음에는 안해 줄거라 아쉬운 말 내밷지만
내년에도 또 이런 풍광은 벌어지겠지
새김장 김치와 묶은 김장 김치찌개해 먹으라고 함께 넣고
각종 반찬꺼리 있는 대로 얼린 대로
아이스박스에 빈틈없이 채워넣어
테이프로 돌돌 붙여 두 박스 13,000원 봉투에 넣어
아이들 집 주소 물어 주소 기록하고
박스1, 박스2 번호 표시하여
아파트 경비소 앞에 갖다 놓고
택배기사가 실어가게 하고 돌아와
다시 남은 우리들 먹을 김장 다시 시작했다.
아내는 평소 잘지내는 사람들
조선생에게 고추가루 얻었다고 김치박스 1통
문선생에게 생김치 먹고 싶다고 한포기 1통
이리저리 보내주고 나니
정작 우리는 4통밖에 저장하지 못했다.
김장 다했으니 이제 내년내내 걱정이 없다.
우리 나이든 몸이 이런 서비스도 못하면
부모로서 살아야할 가치가 상실한다.
그래서 우리한 노릇 다할거라고 이리 주책을 떨고 있다.
아내는 아마 밤이면 욱신거리는 팔을 만지며
피로를 한탄하고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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