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음악회감상

백지원의 효 콘서트 함께 놀았다.

황와 2019. 10. 23. 18:07

19.10.22 3.15아트홀 백지원 재주 자랑 쇼 구경하다./264


매월 22일은 우리 종친회 하는 날이다.

언제부턴가 22일에 박혀버렸다.

까닭은 재령이씨, 재이(再二, 2가 두번)

우리성씨 대변하는 기쁜 날이다.

특별한 전화가 운다.

들어보지 못한 노인네 목소리다.

아무리 머리속을 헤매도 느낌이 없다.

우리 이가인가 싶어서 회장 체면에 웃어주었다.

웬 걸 오늘 밤 음악회 나오란다.

그때서야 무조건 간다고 대답을 했다.

늘 진동서 오전 일찌기 시내에 나와서

종일토록 음악 예술 찾아다니는 노신사

그는 이반성 한골 사람이었다.

우연히 만난 노인 감상객 눈 인사만 나누었다.  

그가 날 위해 공연표 하나를 준다.

어찌나 황송한지 넙쭉 받았다.





오늘 공연 주제는 효(孝)

효도 받으러 온 건지 

효도하려 온 건지

허연 머리가 부끄러워 모자도 벗지 않았다.

연주홀이 온통 영감 할멈들이 주축이다.

자녀들이 보내주기도 한듯 

부축하는 노인이 많다.

노인도 즐겁게 놀 줄 알아야 한다.

오늘 음악으로 놀러 왔다.


오늘은 효 콘서트 주인공 백지원이다.

고성 구만 출신  현재 마산에 사는

향토민요경창대회 대통령상 수상자다.

민요 판소리는 물론 가수요 앞소리쟁이고

마지막에는 종구쟁이 노릇 황천여행을 시켜준다.

작품 하나하나가 공연준비가 충실하다.

그는 주인공이요 지휘자요 단장이었다.

공연하는 것마다 끼어 나온다.

참 대단한 기능자이지만 노력가인 듯

호응도가 매우 높다.

박수소리 장단맞추며 노래하고 춤추니

노인들 기쁨에 옛노래 따라 부른다.

어깨춤 두둥실 흔든다.

여인들 치맛자락에 흔드는 얌전한 춤이 멋이다.



아마 내가 가장 게을리 박수친 것 같다.

처음 가야금 병창으로 시작하여

민요 옛노래 신나게 부르게 한다.

민요창 원래 카랑하고 투박한 소리가 멋인데

우리 노래가 나오면

관객이 가수가 되고 그는 지휘를 한다.

둘째곡 '가야지' 김영임 노래로 귀에 익었다. 

꽃 피고 새 울 때 가야하는 인생 슬픔이 갈길이구나.

음악의 질을 따지고 들었던 클라식 보다

귀에 따갑고 여린 소리가 없지만 

대중가수처럼 관객이 한덩이 되었다.

또 진도아리랑 신나게 흥얼대고 

동신예술단 농악놀이 출연 지루하게 이끈다.

요즘 점점 비단옷 입은 여인들 춤  

오방색, 쪽빛, 황토색의 조화가 아름답다.

이어 아줌마 노래 진또배기 그의 등단 신곡 노래다.

흥겹다. 노인들 자주 마려운 오줌을 참는다.

또다시 허벅 두드리며 물레타령 오돌또기 

도리깨 날고 모 심고 뭇줄 잡고

농촌 느낌을 그대로 연출하니 노래가 산다.

똥장군 지게 지고 무논갈이 써래질  

여러가지 보여줄 것이 많다.

바나 돌리기, 행미 돌리기, 까불 대로 까분다.

그게 바로 즐거운 추억이다.

노인은 과거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마지막 클라이 박스 연출 종구쟁이 놀음 

황천 가자고 상여가 운다.

죽음이 그리 편안한 것인가를 대사로 풀어낸다.

상주를 울렸다가 웃겼다가 

상여 메고 대으르는 옛날이 생각난다.

어린 손자 할아버지 상여 대으르는 밤 

"우리 할배 죽었다. 떡 얻어먹어러 온나"

그 어린 천치가 바로 나다.

눈물이 글썽인다.

사람들 우루루 몰려나가 왼 새끼줄에 월광채 달아댄다.

우리는 그리 순박한 국민이다.

뻔히 알면서도  거기 상여에 가서 두 손 모으는 기원

제법 많은 월광채가 노래를 천천히 가게 한다.

사람들이  끊어질 쯤 빠져나오며 

자기 고정 자리 내게 주고 자기는 어디서 보는지

무료 공연이 아니기에 너무 고맙다.

가을밤 훨씬 가볍게 홀을 빠져나온다.

오늘은 감사함을 입은 기분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