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가족사랑기

설날과 손자

황와 2017. 1. 29. 09:22

17.1.26-28 훈이 가족 설쇠러 내려왔다가 설날 밤 다시 귀경했다./264


매서운 밤 새벽 두 시경

손자 기다리는 할애비 텔레비젼과 싸우고

할미는 일어났다 누웠다.

설 음식 준비 고됨도 잠을 쫓는다. 

귀는 현관문에 안테나 건다.

깜깜한 밤 한데는 나갈 수 없고

현관초롱 울리면

문 열고 기다리는 반가움

다섯살 귀한 손님 덥석 안는다.

'우리 현아 왔냐?'

곁에선 난 '오느라 수고했다.'

오만 가지 아픈 뼈마디

신통하게 다 낫는다. 

손자는 만병통치약인가.

온 집안이 그놈 놀이터가 된다.

잔소리쟁이 할망구

모든 걸 널어두어도 지천 한 번 안한다.

오로지 제삿상 차림과

손자 먹일 것 준비에 목표가 있다.


     


설날 제삿상 앞에 엎드린 아이

선조 할배는 얼마나 예뻐할까?

대를 이를 그놈

꼬물대는 동작 하나하나 의미가 붙는다.

춤추고 돌아다니며 노래하고

쇼를 보고 웃음 바른다.

제삿상 포도송이에 먼저 손 대는 것도

모두 그윽한 야양으로 웃는다.

엎드려 절하는 모습

장난감처럼 예쁘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데 놀랍도록 분명한 이유 

어릴 때 체험은 중요한 습관이 된다는 것을 .....

옛날 내가 할배 무릎에서 한 것처럼

대를 잇는 전염 인자가 된다.

오물오물 포도 껍질 까 먹고 

오독오독 포도 씨 깨는 소리 살갑다. 

아들 며느리 앞에 선 꼬마 세배

주머니 열어 내미는 사랑

아무 의미없는 세뱃돈

바로 어미 손으로 전달된다.

그 어린 손이 오로지 오늘의 가치다.



     



차례 지내고 다시 고향으로

긴 차량 줄 서서 고속도로 타고 

6주기 숙부님 차례 아닌 기제사 올리고 

떡국 한그릇 비우고선

선조 성묘에 나선다.

오늘은 먼 6대조 황재 할배부터 찾는다.

집현면 장흥리 수의동 산소

급경사 갈잎길 오르자니

한복 두루마기 차림 미끄럽다.

옛 명당자리 표적

오르는 산 등줄기에 총총 앉은 실묘터

중간 햇볕 훤한 곳 우리 할배 묘다.

삼형제 성묘하고

주변 잡목 톱으로 베었다.

우리 맘이 환해진다.

결국 조상은 우리 맘 속에 들어 앉아 있다.

돌아오면서 안전뱅이 5대조 할머니 산소 찾는다.

꼬불꼬불 월아산 산길 주름 잡으며 

등대 줄기 드러난 시험수목림 조성지

능선 걷어 오르는 모습 그림자 비춰 드러난다.

매년 벌초 성묘때 오는 외로운 할머니

달음산 호랑이 울어대도 

무서움에 떨고 계셨을 유배지 

그러나 내려다보는 남강 풍광 감상하시며

우리를 산가에 초청하신다.

내려와 또 새로운 첫길 

임도따라 차로 넘는다.

돌자갈이 차 밑바닥을 긁는 소리 

불안감을 위협해 온다.

약수터 만나 단물 냉차 마시고

예전 고개마루 느티나무는 솔숲에 없어졌고

포장로 구비쳐 내려오니 가좌골 동네

예전 외갓집 이못집 가는 길도다. 

다시 혜목산 고개 찾아 부모님 뵙고

뒷뫼 증조부모 조부모님

숙부님 산가 세배드렸다.

손자 왔으니 할아버지 목소리 다정하다.


    



이제 집안 친척집 방문이다.

종조 증할매가 되어버린 숙모님

아이들 배웅이 거꾸로 되었다.

세뱃돈 주머니서 꺼내 꼬막손에 쥐어 주면서

과자 사 먹으라고 

모두 할머니니 혼란스럽긴 매 한 가지

큰집으로 가서 또 단술 먹고

모든 친척 세배 잔치

그게 산 사람의 축제다.   

그게 조상의 부름에 대한 해답이다.

집앞까지 주욱 나와서 배웅한다.

다시 다래미 아재집 

병기있는 아재 호주머니서도 

고깃고깃 손자에게 전달된다.

부탁한 쌀값 주고 찧어 실었다.

다시 동생집에서 아이들과 사촌들 만난다.

명은이 지은이의 갓난 아이들 놀음 눈에 희망이다.

그리 모두 복되게 살았으면....... 

누이집에 또 들린다.

고종매 가족도 거기서 만나 

친척 만남 설날이 된다.

얼마나 좋은 계절인가.

서로 만나 나누어 주고 나눔 받고 

사람의 평범한 삶의 모습

명절은 고통도 주지만 정답도 준다.  

요즘 명절 고통만 드러내는 매스콤이 밉다. 

길게 늘어선 붉은 브리이크등 피해

이리저리 들길 돌아 시원하게 달렸건만 

결국 송정고개에서 차틈에 끼어

두어시간 밀리니 7시경 도착

밤11시에 그놈들 바리바리 챙겨 

할미 정 실어 깜깜 밤에 떠나 보냈다.

내일이면 또 다리야 팔이야 

약효 떨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