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문상(問喪)

황와 2016. 12. 31. 21:44

16.12.31 단성댁 집안 아지매 병신년이 데려가신다., 부산 한중병원/264


오늘 병신년 섣달 그믐날

친구 순화 엄마 언제 데려가시나

걱정 아닌 걱정 했었다.

요양병원 102호실

큰 딸 방문하면 

'이 새댁은 어디서 왔소?'

'우리 동백이는 안 오요.'

엄마 눈에는 아들만 알아보는 치매 노인

딸은 엄마 모습에 가슴 찢듯 

돌아가서 펑펑 울었단다. 

배 째고 난 아이들도 모르는 

엄마 엄마 엄마 

오늘 우리 문상하니 

순화는 참았던 울음 소리치며 울었다.





단성댁 우리 집안 아지매

잘 산다고 종까지 데리고 시집온 혼인

일본교육 받은 식자 우호 아재 

아무데나 나서서 사업한답시고

논밭 팔고 집 팔아 조상 재산 날리고 

아내는 팽개치고 아들 자식 굶기고 

난데없는 소가 들여 함께 살면서

껍데기만 남은 부잣집 큰 며느리 

종사 잇고 집안 이끌고 

그러다가 자식따라 뿔뿔이 흩어져 

치매 무서운 무지 잔혹병

요양시설 전전 십여 년

그 친절한 단성댁 우리 아지매

구순 넘은 할매되어    

병신년 해따라 가셨다.

초등 친구들 모여

닭 잡아주고 놀던 그 아지매

추억 되살리며 문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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