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10 월령29회 제자들과 청도 미나리 축제와 와인터널 구경하다./264
매화 깨어 봄을 깨물고
노오란 산수유 골짜기 밝히는 곳
청도강 계곡엔 봄이 웃옷을 벗긴다.
참 자랑스런 제자들과
청년처럼 착각하는 스승
어슬프지 않게 어울려 봄동무가 된다.
그들과 한 차 타고
머리 쓰다듬고 어깨 주무르고
귀를 뚫어 세상을 오간다.
참 행복한 늙은이
그들이 끼워주어 언제나 고맙다.
청도 계곡에 차들이 물고 간다.
KTX 기차와 고속도로와 경밀(慶密) 국도
개미처럼 졸졸 골을 누빈다.
사람들이 줄에 끌려 들어간다.
나도 그중 한 사람 식도락가(食道樂家)
정말 모두 잘산다.
청도 한재마을 청미나리 먹으려고
고기 양념 싸들고
비닐 막사마다 사람이 철철 넘친다.
새파란 향기 베어 물고
고기 한 점 얹고
새파란 봄 한 올
칭칭 감아 막장에 찍어
침 흘리며 긴 혓바닥 감는 소
난 한 마리 소가 되었다.
흰 눈깔 희떡이며
멍에 밖으로 내미는 어진 소
모두가 그렇게 소 되려고
인연 얽어 골짜기가 넘친다.
주인은 푸른 진잎 가리기에 여념 없고
신나게 먹고 노니는 새
빨리 나가라 눈총이 읽힌다.
온 사람들이 모두 한 단 두 단
싸들고 가려니 계산이 급하다.
한 단에 9천원
참 비싼 채소 값
한 세월 마디 얽힌 이야기
불룩불룩 씹으니 맛이 집졌다.
끌려 나오니 차량 줄은 그칠 줄 모르고
남은 시간 메꾸려고
또 한곳을 더듬는다.
둥근 청도소싸움장
유명세 차가 비좁고
감나무 복숭나무 언덕배기
골이 자욱하다.
집집마다 정겨운 감나무
꺾인 마디만큼 세월이 묻었다.
화양읍 송정마을
차가 꼬리를 물고 사람을 토한다.
끊임없는 인파
사람들이 봄에 미쳤는가 보다.
와인터널 감 와인
새대통령 취임 축하주였다나.
일제 때 아우성 뚫린 좁은 터널
사람들이 줄서서 찾는 명소
동굴 속을 줄지어 파도처럼 오간다.
와인 한잔에 4천원
어둔 불빛 아래 추억
사진 반짝이며 그래스 부딪는다.
참 엉뚱한 발상
세상이 돈으로 보이는 현장
푸른 미나리 봄 먹고
달짝지근한 와인 맛보고
새봄 여는 노오란 춘색(春色) 입히고
제자들 예쁜 손 잡으며
난 참 호강하는 선생님이었다.
또 옛 학모님 이장중 군 어머니
동마산 병원 아픈 주름도 보았다.
두어단 사와서
집안 저녁 밥상 풋내음
사위 손자 온가족 봄 잔치 했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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