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호박을 다듬으며

황와 2008. 12. 14. 12:31

                   호박을 다듬으며

 

                                                                                                                                      08.12.14

 

이른 봄부터 사람 속 태우고

있는 듯 없는 듯

하늘 바람 친구삼아

오가는 자연 흠뻑 받으며

긴 여름 뙤약볕 아래

활씬 벗고 살 태우더니

쓸쓸한 가을 잠자리를 띄우면

부끄러워 발그레 물들이며

사람의 손길 그제사 기다렸네

 

오늘 아침 역시장에서

촌할미 얽은 손에 낯익은

누렁이 하나를 사왔다.

동지 다가오는 겨울밤

팥죽에 넣아 새알심 박고

달콤한 사랑을 선사할 요량으로

아내는 새벽부터 궁리했는가 보다.

 

누렁이 칼질하며

별일 없는 생애를 3333

있는 듯 없는 듯

둥글둥글

좋은 일 나쁜 일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더니

달콤한 사랑의 끝맺음은

아침이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된다.

 

난 오늘 호박을 다듬으며

따뜻한 겨울밤

호박의 사랑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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