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국내외여행

晋城 22回 예순 살의 修學旅行

황와 2007. 6. 19. 11:59

 




06.4.21-23 진성초 22회 병술 회갑여행/ 육사  이동춘

 

4월 만화방창(萬花方暢) 좋은 계절에

우린 일찍 보낼 놈은 보내고

아픈 놈, 바쁜 놈은 빼고

명예와 위엄도 간과 쓸개도

안방 벽에 걸어두고

별 볼 일 없는 어린 동심들이 모여

2박 3일 예순 돌 찬치 수학여행을 떠났다.


세상이 친구요,

하늘이 울타리라  

모두 포근하고 정겹고

의미 없는 말들이 왁짜지껄

웃음만이 스트레스를 씻어간다.

이 얼마나 기다렸던 정경인가

아 순수한 사랑인가

고추 내 놓고 지낸 어린 시절의

신나고 즐거운 이야기런가

그건 60년의 진한 그리움으로

우린 가슴의 응어리들을 치료하러 나섰다.


진주에서 10, 마산에서 8

부산에서 2, 울산에서 2

서울에서 2 막 모두 24명

진한 악수로 손이 아프다.


진주에서 남해,경부,중앙고속도를 타고

강원도 홍천에서 내려 6시간 짧은 시간에

고속도로의 고마움을 느끼며

전체 가족이 점심시간에 한자리에 앉았다.


머리는 희끗희끗

얼굴은 온통 주름 투성인데

오가는 말들은 이제 예닐곱살배기 그대로다.

주린 세월이 맛있는 이야기 반찬으로

넉넉한 차림이다.

갈비탕 한 그릇이 만복감으로 배부르다.


홍천을 지나 인제 접경을 들어서자

괴이한 조각 전시관의 예술혼이 우릴 맞는다.

sexuality라 !

우린 원초적인 본능이

이렇게 질서없이 세워 놓아도

부끄럼보다 웃음으로 맞는지?

매우 쇼킹하면서도 재미있고

얼굴 붉히지 않는 여심이 

철면피가 된 것이 세월이었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회장님의 옛 12사단 복무지 서화리, 펀치볼 해설이

그 때는 다 그런 시절이었는데

자기 혼자 그랬듯이

그 아린 역사를 한 켜 두 켜 끄집어내는 모습이

만화처럼 무척이나 재미있다.


느닷없이 해병대 줄서기가

우릴 웃음바다로 빠지게 한다.

“개병대 기수대로 모여”

충웅이-봉호-기환이-두기

예상 밖의 서열에 두기가 꼴찌다.

거수경례가 오가고

친구들은 배를 잡는다.

새로운 특종 꺼리 발견이다.


제4땅굴에 들어가 북한의 남침 의도를 읽었고

발견한 우리 기술의 수준에 안심하면서

1,049고지 을지 전망대를

숨찬 버스기사의 운전 솜씨에 몸을 맡기며 기어오른다.

여긴 최전방 OP 을지 전망대

DMZ와 가즉한 북한 땅, 남방 한계선의 철책

저 철책선(鐵柵線)이 내가 1968년도 그때 만든 건데.

스탈린 고지, 매봉, 운봉, 박달봉, 간무봉, 금강산, 무산  등

전방 북한 고지가 을시년스럽게 조용하다.

 


 

옛날 철원 102 OP에서

상황 근무하던 그때를 연상한다.

낮과 밤을 올빼미처럼 지내며, 

대대장의 신임을 너무 받아

그 흔한 제대 말년 외출 한 번 못하고, 

오로지 북한의 동정 관찰과 상황 보고에 억매이던

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난다.


미 종군기자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펀치볼

옛날에는 민통선 이북 접적지역이나

마사토 분지가 넓어 지금은 고랭지 기업영농 적지

양구 전쟁기념관에서 한국전의 의미를 훑어보고

원통에서 내린천을 따라 올라 용대리 미시령으로

바람처럼 고개를 넘는다


이제 바다가 한결 가까운 속초시

낙산해수욕장 부산 자갈치횟집에서

60년 서럽게 산 자욱들을 들쳐 내며

작은 케이크를 자르고 건배하며 회갑연을 맞는다.

“우리 99 88 2 3 4 하자고”

함성이 자욱하고 그래도 용기에 차다

우린 젊다. 용기를 잃지 말자.

그리고 보듬고 살자.

설악동 낙토장을 옮겨 피곤한 몸을 재운다.


이튿날 아침이 밝자

설악산 권금성을 케이블카로 오른다.

절벽 바위에 한 줄로 매달려

사방의 기고만장(氣高萬丈)한 절경을 끌어당기며

900m 봉화대에 기어올라

센 꼭대기 바람에 옷깃을 여미다가

절경의 바위 용틀임에 기념 촬영을 한다.


청동대불과 신흥사 경내를

구름처럼 떠돌다가

부처님의 불심도 모른 채

여자 친구 보살들의 가족, 친구, 祈願에

내 몸도 맡겨 본다.


낙산사 불탄 폐허지를 돌아보며

그래도 불심은 꽃등을 달아

초파일을 준비하고 있었고

오로지 남은 보타전과 해수보살상, 홍련암이 외롭다.

주변에 소나무 심는 포크레인 소리가 자욱한데

보타전의 22개 팔 달린 부처상이 장난스럽다.


경포대를 에둘러 아름다운 호수와 달,

그리고 시심이

중국 항주에서 본 서호와 닮아서

인생을, 그리움을, 사연을 그리고 있었다.

경포대와 선인들의 시와, 신사임당과 ......

통일공원에서 퇴역 함정 전북함과

좌초되어 나포된 북한 잠수함

원색적인 북한군인 말투가

벽에서 박제되어 들리는 듯하다.


잠간 정동진에 들렀다가 울진을 지나

영덕대게 푸짐한 저녁식사로 동해 맛을 보고

백암온천에 이르며

차안이 온통 현란한 춤판이 되고

울렁울렁 신나고 즐거웠다.


스프링스 호텔의 한 방에 쏟아부어

15명이 복작대었고

나이트 클럽 춤판에서

한 무리지어 스테이지를 차지하면서

남은 기력을 쏟아 내었고

구야 친구 경로 접대 춤판에

모두 배꼽을 잡았다.

 

아침 온천욕으로 세월과 거드럼을 걷어내고

동심의 깨끗한 마음으로

경보화석박물관을 들렀다가

내연산 보경사 계곡 내연폭포까지

자연과 경륜과 친구의 사랑을 확인하며

신나게 산책하였고 

늦었다고 재촉하는 눈총도 왜 그리 따뜻한지.


포항 고깃집에서 마지막 오찬을 하면서

그리던 마음들을 진하게 묶으며,

이 마음이 참석하지 않은 친구에게 전염병처럼 번져

모두모두 사랑하자고 다짐하였다.


친구야 ! 우리 다시 다잡아 용기를 갖고

힘차게 살자. 그리고 사랑하자

경주에서, 김해에서, 마산에서 마지막 손을 놓는다.

가장 행복하고 자랑스런 수학여행을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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