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2.14 일 을사년 김장하기 부모정성 다하다./264 |

부모로서 숙제 매년 다가온다.
자식들이 느끼는 부모 크기 보다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이 훨씬 더 크다.
가만히 두면 일상이 되건만
겨울 날씨 싸늘해지면 내가 해 줘야하는 부담감
주야장천 자식들 입맛 맞추려고 매일매일 날씨를 본다.
조금 따뜻해 질 때면 오늘이 참 좋은데.......
내일이면 어제가 더 좋았는데
자녀들 걱정은 평생 어린애처럼 챙긴다.
달포전부터 김장 걱정
아들네는 몇 포기 주고
딸네는 몇 포기 주고
우리는 몇 포기 하고
혼자 사는 누구는 한 포기
평소 헌옷 준 누구는 두 포기 주고 ......
총 몇 포기 강원도 배추를 살까?
해남배추를 살까?
여인들 복잡한 계산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그런데 어깨도 아프고 하니 이제 사서 먹자고 하면
아파도 할만하다고 다분스레 이야기 하면
어쩌랴 ! 심부름은 내가 해 줘야지
스스로 하인이 되고 만다.
그러기를 달포 전쯤
매 토요일 역시장에 나가서
먼저 양념꺼리부터 먼저 장만하고
십 수 가지 넣을 재료
가짓수도 어찌 그리 많은지?
생각이 완성될 때까지 몸 구부려 기다렸다가
추위가 다가오면 연말 추위 전에
가옥 살림 월동 준비물 김장
키워왔던 입맛과 성질에 맞춰
밥숫갈 크게 먹을 그 입 모습 생각하며
어미새 모이 나르듯 내 역할 재평가한다.
드디어 오늘 어제 저녁 재료 세척
마늘까기 무 썰기
간수 뺀 소금 준비
고추 마늘 빻아 김장소 만들기
밤늦게 초벌 재벌 삼벌 간을 맞추더니
늦은 밤에 큰 그릇 다 씻어 놓고
꼼지락 꼼지락 종일 오가며 허리 구부리고 지내더니
아이쿠! 팔이야 허리야
무리한 피로감에 갓방에서 쓰러져
밤새 오가던 뇨기 거동도 일체 없이
죽은 듯 조용하더니
새벽 불 먼저 켜 놓고 날 깨운다.
확실히 엄마는 늘 그래야 만 하는 사람이었다.
새벽부터 딸그락 거리더니
아침밥 대강 먹는 둥 마는 둥
하인은 마님 호출에 대령하기
조금만 늦어도 불호령이 떨어진다.
반드시 몇십 년 지나간 서운함 다 열거할 때면
순둥이 되어 시키는 대로 잔소리 안 들으려고
짜증 모두 감추고 강아지가 된다.
양념 속 고춧가루 범벅을 휘젖고
수십 번 간을 보고 내 입맛도 빌리고
식탁에 비닐 덮어 깔고
밤새 간 절여 씻어 물 빼어 논 배추
노오란 숨 늘어진 포기
배추 뿌리 칼로 도려내고
양념 이개서 포기마다 빈곳없이 채워넣고
돌돌 만 김장포기 김장통에 채워 담고
허리 팔 아프도록 23포기 김장
혼자서 치대어 넣고나면 하루 해가 다간다.
이번 김장은 준비는 아내가 해도
김장 만들기는 나 혼자 다 했으니
부모 노릇 아이들에게 잘 먹이는 것이 과제다.
딸 아들 이웃까지 다 배달하고 나니
어두운 밤 책임 완수 웃는 아이 입을 그린다.
아들 손자들 행복한 먹을 거리에 보람을 찾는다.
늘려진 각종 기구 청소 집안 청소
제자리 찾아 넣고나니 피로는 기쁨이 되어
노인네 방에 들어 누우면서
아이쿠 허리야 어깨야 !
고통도 재미라면 내년에도
또 그리 따라해야겠지
내일 아침 서울로 부칠 김장택배에
미리 고맙다는 인사부터 먼저 받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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