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가족사랑기

김장 월동

황와 2025. 12. 14. 18:52
25.12.14 일 을사년 김장하기 부모정성 다하다./264

 

 

부모로서 숙제 매년  다가온다.

자식들이 느끼는 부모 크기 보다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이 훨씬 더 크다.

가만히 두면 일상이 되건만

겨울 날씨 싸늘해지면 내가 해 줘야하는 부담감

주야장천 자식들 입맛 맞추려고 매일매일  날씨를 본다.

조금 따뜻해 질 때면 오늘이 참 좋은데.......

내일이면  어제가 더 좋았는데 

자녀들 걱정은 평생 어린애처럼 챙긴다.

달포전부터 김장 걱정 

아들네는 몇 포기 주고 

딸네는 몇 포기 주고 

우리는 몇 포기 하고

혼자 사는 누구는 한 포기 

평소 헌옷 준 누구는 두 포기  주고 ......

총 몇 포기 강원도 배추를 살까?

해남배추를 살까?

여인들 복잡한 계산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그런데 어깨도 아프고 하니 이제 사서 먹자고 하면

아파도 할만하다고 다분스레 이야기 하면

어쩌랴 !  심부름은 내가 해 줘야지 

스스로 하인이 되고 만다.

 

그러기를 달포 전쯤 

매 토요일 역시장에 나가서 

먼저 양념꺼리부터 먼저 장만하고 

십 수 가지 넣을 재료

가짓수도 어찌 그리 많은지?

생각이 완성될 때까지  몸 구부려 기다렸다가

추위가 다가오면 연말 추위 전에 

가옥 살림 월동 준비물 김장

키워왔던 입맛과  성질에 맞춰

밥숫갈 크게 먹을 그 입 모습 생각하며 

어미새 모이 나르듯 내 역할 재평가한다.

 

드디어 오늘 어제 저녁 재료 세척 

마늘까기 무 썰기 

간수 뺀 소금 준비

고추 마늘 빻아 김장소 만들기 

밤늦게 초벌 재벌 삼벌 간을 맞추더니

늦은 밤에 큰 그릇 다 씻어 놓고

꼼지락 꼼지락  종일 오가며  허리 구부리고 지내더니

아이쿠! 팔이야 허리야 

무리한 피로감에  갓방에서  쓰러져 

밤새 오가던 뇨기 거동도 일체 없이 

죽은 듯 조용하더니 

새벽 불 먼저 켜 놓고 날 깨운다.

확실히 엄마는 늘 그래야 만 하는 사람이었다.

 

새벽부터 딸그락 거리더니 

아침밥 대강  먹는 둥 마는 둥 

하인은 마님 호출에 대령하기  

조금만 늦어도 불호령이 떨어진다.

반드시 몇십 년 지나간 서운함 다 열거할 때면

순둥이 되어 시키는 대로 잔소리 안 들으려고 

짜증 모두 감추고 강아지가 된다.

양념 속 고춧가루 범벅을 휘젖고 

수십 번 간을 보고 내 입맛도 빌리고 

식탁에 비닐 덮어 깔고

밤새 간 절여 씻어 물 빼어 논 배추

노오란 숨 늘어진 포기 

배추 뿌리 칼로 도려내고 

양념 이개서 포기마다 빈곳없이 채워넣고 

돌돌 만 김장포기 김장통에 채워 담고 

허리 팔 아프도록 23포기 김장 

혼자서 치대어 넣고나면  하루 해가 다간다.

 

이번 김장은 준비는 아내가 해도

김장 만들기는 나 혼자 다 했으니

부모 노릇 아이들에게 잘 먹이는 것이 과제다.

딸 아들 이웃까지 다 배달하고 나니 

어두운 밤 책임 완수 웃는 아이 입을 그린다.

아들 손자들 행복한 먹을 거리에 보람을 찾는다.

늘려진 각종 기구 청소 집안 청소 

제자리 찾아 넣고나니 피로는 기쁨이 되어 

노인네 방에 들어 누우면서 

아이쿠 허리야 어깨야 !

고통도 재미라면 내년에도

또 그리 따라해야겠지

내일 아침 서울로 부칠 김장택배에 

미리 고맙다는 인사부터 먼저 받고 웃는다. 

 

어머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