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국내외여행

황매산 가을 밤 별빛 산장 웃음소리

황와 2021. 11. 7. 21:24

     

21.11.5-6 남매계 세가족 황매산별장에 다녀오다./264
        일정 : 마산-월촌 명문가든(점심)-황매산기슭 산장(1박)-황매산 억새공원-(점심)-부산모라동-마산 집
        인원 : 황처남 3가족 내외 6명(종식 생환 축하 모임)
        특징 : 황종식 병질 후 2년만에 처음으로 개최, 노고 치하 
                  산장에 밤 웃음소리가 창을 넘고 물소리 별빛 소리 억새가 늙었다. 

                                                

 

황종식 처남

병원에서 겨우 살아나 걷기 시작했다.

서로 눈치보며 감히 전화 못하고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괜찮지 않았고 

생생한 모습도 말하기에 삐꿈타고

처량한 모습에 자책심 걸리고

그때 하필이면 코로나가 덮쳐

병약한 사람 더 가두어 버린 현상

전화로 제법 걷는다는 희소식에

갑갑한 신세 황매산 가잔다고 통지가 온다.

종방간 어울려 구경하고 다닌 행사

아픈 기간 빼면 2년만에 만난다.

부산서 마산으로 직행버스 타고온 도착

버스 정류장에서 포옹하며 반기고 

내 승합차에 담아싣고 가을 들판을 달린다.

가을 들판 단풍든 산들 노오란 은행 가로수

울긋불긋 어울림 우리 기쁨이다.

남매간 허물없이 만남은

그간 병원 생활이야기에 눈물이 새어나온다.

오고감을 코로나가 면회마저 막았으니

병원은 감옥소 아내는 감옥 간수가 되었단다.

오만가지 행동 곁에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시키는 대로 하는 허약한 로봇이 되었다.

모든 일상 프로그램은 처수에게서 나오고 

비틀거리며 걷는 것도 부축해야하나 살아있음이 기적이다.

그는 떠나버릴 것 같은 포기한 사람이었다.

월촌 도로변 가든식당에서 여섯가족 재회하니 

이제야 살았구나 고마운 생환을 축하한다.

새롭게 만남이 기쁨으로 환생한다.

점심 축하는 내가 쏘았다.

돌솥밥이 정말 맛지다.

 

 

의령을 스치며 가을 가로수가 노랗다.

대의에서 뇌룡정 앞으로 외토를 지나고

삼가에서 가회로 가는 길

작은 고개 넘으면 

오른쪽 도탄으로 가는길 

은행나무 가로수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

수북히 쌓인 길섶 노랑잎 보료

드러누우면 폭신한 노랑물이 배일 것 같다.

황매산 배위더미 감춘 오색 단풍

하늘 파랑색 밝은볕에 또렷해 진다.

명조가 높은 가을철

이미 들판 벼는 베어지고 없다.

두심마을 운구대가 가을색 짙다.

우리 모은 할배가 생각 난다.

황매산 군립공원 입구 아래로 내려가면

도랑물소리 철철 계곡을 쓸고

파랑 양철지붕 숲속에 감춰진 산장

우리 온다고 주변 나무들 환영 풍이다. 

모두 꺼집어 내어 말리고 

쓸고 닦고 걸레질하고 

거미줄 걷고 잡초 제거하니 환하다.

주변 산들은 오색옷 입고 인사질이다.

참 아늑한 장소 가을 은신처

주인이 불 켜고 보일러 가동하고 

가져온 꺼리들 지지고 볶고 

과일 고구마 막 꺼내 놓고 

질펀하게 음식 솜씨 자랑에 입은 무척 즐겁다.

만포장 이대로 가다간 다이어트는 헛일이로다.

낮에 도착하자마자 세차부터 시작이다.

아내는 약한 몸으로 바닥 시트까지 빨아댄다.

먼지투성이 차가 새까만 승용차로 광이 난다.   

밤이 되니 물소리 짐승소리 벌레소리 

그리고 초랑초랑 쏟아지는 별빛 소리

고시랑 고시랑 지켜온 이야기에 밤을 샌다.

한편에서 고스톱판 벌어지고

내 마지막 발악 네 번 고 바람에 최고 한도판을 휩쓸어 

딴 돈 모두 갈라주고 나니 그만 자잔다. 

이불에 딩굴면서 잠은 안 오고

몇 번이나 마당에 나가 서서 밤바람 쐬고

오리온 별자리 삼태성에 건강화복 빌고서 방에 든다.

밤부엉이 웅웅 검은 나무숲에서 운다.

그래도 무섭지 않고 상쾌하다.

여기 황매산 아래만 오면 자유인 

우리 남매들 세 가족의 천국이 된다.

나도 몰래 숲을 베고 잠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니 더 상쾌하다.

시커먼 하늘 동쪽 붉은 아침해 떠오른 새벽

노을빛이 차츰차츰 하늘을 연다.

멋진 광경 사진에 담고 싶지만

방에 잠든 사람들 때문에

아름다움에 냉가슴만 앓고 만다.  

몸을 에워싸는 냉기로 감기가 두렵다.

주변 도랑을 돌아본다.

바위틈으로 흐르는 옥수 폭포 계곡을 씻고 

숲에서 떨어진 갈잎이 마당에 소복하다.

소나무 갈비도 많이 떨어져 깔렸다.

도랑 돌틈사이에 선 키다리 물억새

머리 풀고 하얗게 푸른 하늘에 손짓한다.

참 아름다운 신호들이다.

싸늘한 물에 손 담가 낯 씻으니

정신이 바짝 깬다. 

건너편 높은 산이 우릴 내려다 본다.

이미 붉은 얼룩이 많이 져 있다. 

아침밥 고기볶음 맛있게 먹고 

한 차에 담아싣고 황매산 중턱으로 올라갔다.

차와 사람들이 산에 가득하다.

하얀 억새가 깔리고 

많은 향토 과일과 농산물 판매 줄을 섰다.

공원에 심긴 야생초가 뿌옇게 덮혔다.

억새도 하얗다.

공원 평상에 환자 내외 앉아 쉬게 하고 

성한 두 집 내외는 천천히 가을 언덕을 올랐다.

푸른 하늘과 하얀 억새들,

꽃잎이 말라진 수국 갈화

이야기하며 가장 게으르게 걸었다. 

황매산이 드러누워 우리도 눕자고 달랜다.

 

환자 땜에 빨리 내려오고 만다.

마지막날 마지막 이야기 쏟고

고구마도 찌고 도토리묵도 만들어 먹고

단감 사과 깎고 계속 군것질했다.

마지막 점심 남은 고기 다 볶아내니

억지로 입에다 퍼넣었다.

정말 푸짐한 잔치

아내와 경도 처남네가 정성껏 준비했다.

주변 정리하고 챙겨 넣고 

다시 문을 잠그고 

부산 남지로 두 방향으로 헤어지니 

만남이 서로 고맙다고 손을 놓는다.

우린 고속도로 타고 바로 부산으로 직행

고속도로에 밀린 길 오다가 졸음 쏟아져

진영휴게소서 억지 휴식 긴숨 쉬고 

조금 달래고 나서 그대로 달려

부산 모라동 집에 내려주고

붙잡는 걸 뿌리치고 우린 선걸음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오후 5시쯤 하루가 다갔다.

오늘 1박 2일은 감사와 축복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