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바쁜 점심시간

황와 2009. 1. 8. 00:13

               바쁜 점심 시간

                                                                                                            09.1.7  서울아산병원에서

 

세월이 나를 잡아 이끌면서

1년이 후딱 지냈다.

작년 수술이 어쩐지

3개월마다 그곳에서 생명을 얻어온다.

 

늦은 점심시간

지하 식당에는 빈틈없이 돌아간다.

난 그곳에서

하나의 나사 같은 부품이 된다.

줄서서 허리구부리고 기다리는 사람틈에

유리창 너머엔 그릇 비우느라

여념이 없다. 눈치때문에

여유를 부리고 식도락 즐길 때가 아니다.

 

주방에는 높은 모자 둘러쓴 젊은이들이

같은 자리에서 기계처럼 오간다. 땀 흘리며

설겆이 하는 아줌마는

기계가 되어 씻고 닦는다.

좌석에선 제 반호 나타나길 목 빼서 기다리고

"딩-동 딩-동"

차임밸은 사람을 찾느라 분주하다.

반저리 없는 식탁에선 

의무적으로 음식을 퍼 넣는다.

마치자마자 기계처럼 자리를 비운다.

 

여긴 정녕 식당 공장

재촉 소리에 기계가 되어

목구멍에 넘어가는 숨소리마저

바삐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물 한 잔 들이키고

빠져나옴이 해방처럼 기쁘다.  

기계가 된 점심이었다.

가슴이 가시처럼 목에 걸린다.

 

 

 

'고마운 만남 2 > 청아한글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토방에 앉아서  (0) 2009.01.16
사람을 만나면  (0) 2009.01.15
내 별자리를 찾아서  (0) 2009.01.01
낙조(落照)  (0) 2008.12.25
오늘은 주례  (0) 2008.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