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만남 3/좋은자료실

단순화하라.

황와 2007. 9. 20. 17:19

 

 

 

                      비워라·지워라·없애라·줄여라 - 단순화하라 

 

 

        “요즘 디자인은 단순함(simplicity)이 생명입니다.”      

                                                            

  10여년 전부터 “디지털 기기의 디자인이 성공하려면 단순해야 한다”고 설파해 온

 미국 MIT 존 마에다(Maeda·41)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적 디지털 컨설턴트인 마에다 교수는 17일 제일기획이 주최한 ‘디지털 리더스 포럼’에 참석,

 요즘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해결은 창의성에 달려 있다”며

 “단순함은 창의성을 북돋아 주는 열쇠”라고 말했다.

 강연 전 만나 ‘단순함’을 통해 바라보는 그의 디지털 세상에 대해 들어봤다.

 검은 티셔츠와 면바지의 소박한 옷차림에, 말은 거의 단문을 사용했다.

 

 단순함이 왜 중요한가?

 

 “기술은 진보(advancement)가 목적이다. 더 빠르고 더 좋은 기능을 더 많이 원하는데,

 정작 디지털 제품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심플한 것’에 주목하는 이유다.”

 

 과도한 생략이 오히려 불편함을 주지는 않는가?

 
“아이들 앞에 쿠키와 세탁물을 놓아보라. 쿠키는 무조건 크고 화려한 것, 세탁물은 작고 간단한 걸 선택한다.

단순함은 귀찮은 걸 줄이는 것이다. 즐거운 대상은 복잡해도 상관 없다.”

 

아이팟처럼 쿠키에 가까운 제품도 요즘엔 디자인을 경쟁적으로 단순화하고 있는데.

 

 “아이팟의 성공을 단순한 디자인에서 찾는 것은 큰 오해다. 아이팟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때문에 성공했다.

아주 복잡한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없는 경쟁사 MP3플레이어는 겉모습만 흉내 낸다. 성공하기 힘들다.”

 
단순함은 디자인이나 기능에만 적용되는가?

 
“아니다. 경영이나 문제해결 방식에도 적용 가능하다. 문제의 구조를 단순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단순화를 위한 과정이 오히려 복잡할 수도 있다. 제거 대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는가?

 

 “필립스에서 회사 조직을 단순화하기 위해 태스크 포스팀을 2년간 맡아 운영한 적이 있다.

 20장이 넘던 인사평가서를 단 한 장으로 줄였다. 우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부터 줄였다.

 물론 실패의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단순함이 가져다 주는 이익은 실패를 각오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감성을 만족시키는 기능은 얼마든지 덧붙여도 좋다고 했는데, 이는 단순함의 법칙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

 

 (그는 테이블에 놓인 순백의 접시와 올리브 오일이 담긴 종지를 들었다.)

 “하얀색만 계속 보면 지겹다. 하지만 올리브 오일을 떨어뜨리면 변화가 생긴다. 바로 대비(contrast)의 매력이다.

모든 걸 단순화시킬 순 없다. 특히 감성이 그렇다. 감성은 주고받는(feedback) 것이고, 단순함의 결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평범한 비누를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비눗갑에 넣으면, 미용 효과가 뛰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도 감성을 덧붙이는 방법 중 하나다.”

 

기업들이 단순화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감성처럼) 단순화가 불가능한 대상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 구성원 간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서로 믿으면 불필요한 것들을 아주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기업은 더 좋은 기술만 개발하려 할 뿐, 상대 또는 고객의 시간 절약을 배려하지 않는다.

시간을 줄이면, 많은 것이 심플해진다.”

 

단순함의 생명력은 얼마나 될 것으로 보나?

 

 “복잡함의 반(反)작용으로 단순함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약 모든 게 단순화된다면,

다시 ‘복잡함’(complexity)이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그런 순환이 존재한다.”

 

 당신의 생활도 이론처럼 심플한가?

 

 “나의 집이나 연구실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다섯 딸과의 관계는 복잡하기 그지없다.”(웃음)

 

 

존 마에다(John Maeda) 교수 ]

 

 세계적 그래픽 디자이너 겸 컴퓨터 과학자로 현재 미국 MIT 미디어 랩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시애틀에서 일본인 2세로 태어났으며, MIT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치고,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디자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디지털 시대에 ‘단순함(simplicity)’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으며, ‘단순함의 법칙(the laws of simplicity)’ 등의 저서가 있다. 1996년 월간지 ‘에스콰이어’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중요한 인물 21인’에 뽑히기도 했다.

                                                 

                                                          [조선일보 07.9.18 섹션    이성훈 기자  글 입력 : 2007.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