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조상사료실

조상님 이발하고 등 긁어드리고

황와 2020. 9. 20. 23:24

                                                     20.9.20 우리 소종중 산소 벌초작업 함께하다./264

                                                              벌초작업 : 뒷뫼 먼당 4상부(7대조모, 6대조모, 5대조부, 고조모)

                                                                            뒷뫼 대밭뒤 4상부(고조부, 증조부모, 조부모, 숙부)

                                                              친척방문 : 숙모집(아침), 큰집(점심), 사과공종중숭묘원, 동생집, 누이집

 

가을 바람 시원한 맑은 날

새벽길 안개가 고속도로에 번진다.

안개 속 조심스레 비상등 켜고

7시경 고향집에 도착했다.

아침밥 숙모집에서 준비해 주셨다.

섬유질 나물에 추어탕 툭지게 맛나다.

사촌 동생과 둘이서 뒷뫼를 올랐다.

오르는 산길 가슴이 답답하다.

몇 번이나 쉬었다.

이제 벌촛길 오르내림도 자꾸 어려워진다.

 

산먼당 동쪽 북쪽에 각 두 상부씩

동쪽 방향은 6대조모 황재할매 삭령최씨 어머니와

그의 큰 아들 5대조부 성자묵자 할배

모자간 계시고

북쪽 방향은 7대조모 광산김씨 할머니와

아래는 고조모 벽진이씨 할머니  

증조할머니와 증손부간 함께 계신다.

예초기는 사촌동생이 메었다.

난 까꾸리 맨이 된다.

예초기는 늘 젊은 기술자 차지고

까꾸리는 좀 모자라고 어슬픈 사람이 맡는다.

그런데 일의 강도는 까꾸리가 더 세다.

1대1 작업이라 예초기 지난자리 검자니

가슴 답답하고 입이 바짝 말라도

쉴 사이 없이 따라다닌다.

온몸이 피곤해 하늘이 노래진다.

동쪽 방향 산소 다 마치고 나니

물 마실 여유가 없다.

억지로 다 검어내고 나서 쉬었다.

그 사이 이미 북쪽방향 산소에서

예취기 소리 울어댄다.

톱으로 낮은 나무들 베어내고

산소를 덮지 못하게 넓힌다.

크게 보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부리나케 따라다니며 까꾸리질

산소 석축이 많이 달아났다. 

달아난 석축돌 주워 석축에 끼우고

멧돼지들이 등 비비고 간 자리

소나무껍질 벗겨져 송진이 둥글개 솟는다.

그놈들 할일 없으니 산소 흙을 떠밀었다.

이제 산소도 그물을 씌워야 하나

정성껏 이발하고 머리와 등 긁어주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이쿠 시원하구나! 우리 자손들"

손자들에게 칭찬 한 바가지

귀가 없어도 들리는 듯하다.

약 4시간 작업으로 산가는 깨끗해졌다.

성묘 못 온다고 일찌감치 추석 성묘했다. 

우리 맘에 내 할일 다했음 긍지를 느낀다.

즐겁게 일하면 조상님도 내 안에 논다.

 

내려오다가 뒷뫼 우리 선조 산소를 들린다.

동생이 일주일 전에 벌초를 다했으나

까꾸리질은 못했단다.

등과 머리가 너무 가려웠을 살 싶다.

까꾸리로 빗질하고 등긁어 드리니

시원하다 하신다.

세수한 얼굴처럼 환해진다.

증조부와 김령김씨 할머니 내외분

조부와 창녕성씨 할머니 내외분 

성묘까지 다하고 내려온다.

추석때 어찌될런지 모를 지경이다.

아들과 손자가 코로나 사태로 내려올런지

이사까지 했으니 할 일이 많다고

이번엔 부르지 않았다.  

이어서 숙부님 산소 깨끗이 쓸어내고

동생은 아버지 묘소라 정성을 다한다.

칡넝쿨이 영산홍 위를 덮어

모조리 걷어내었다.

내려와 대밭뒤 고조부 묘소 까꾸리질 하니

오늘 벌초작업 마지막 완수했다.

큰집 동생들은 흩어져

배망골과 안즌뱅이 산소 다 마치고 왔다.

큰집에서 모여앉아 부산 동생들 내외

큰집 동생들 내외에게

오늘 이렇게 와 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고마움은 고마움을 낳는다.

즐겁게 점심 나누고 나왔다.

병석이 동생과 동현이 함께

지난번 완수했던 사과종중 숭묘원 보러 갔다.

전번에는 다 설치하지 못하고 돌아와야했었다.

오늘 보니 잘 설치되어 있다.

입구 수로 위에 철제 다리도 놓고

숭묘원 비와  양쪽 망주석까지 다 구비되었다.

돌아오는 길 

큰집애서 여러가지 양념들 고맙게 실어준다.

숙모집에서도 고추와 도라지를

동생집에서는 각종 채소를

누이집에서는 각종 반찬거리를 갖가지 얻어 왔다.

참 넉넉한 고향 정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