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만남 3/산책로풍광

물소리로 등목하는 지친 천주산 누리길

황와 2020. 8. 13. 18:16

                                                         20.8.13 길사랑회 천주산누리길 제2길 걷다./264

                                                             코스 : 마산역-제2금강계곡-출렁다리-농암동천-사각정자-만수산허릿길-

                                                                     구암골 느티나무쉼터(점심)-바위쉼터-천주암위 장승-굴현고개

                                                             거리 시간 인원 : 2만 1천 보 14.1km 5.5시간 18명 참가

                                                             특색 : 장마가 겨우 하루 든 날 골골마다 물소리 넘쳐 흐르고

                                                                     맹물 급체로 온종일 산길 피곤함 억지로 버텼던 하루

                                                                     그래도 완주했음은 대단한 긍지다.

                                                                     함께 동행해준 길벗들이 고맙다.

 

어제 억수 소낙비에 갇혀 되돌아 온 후

장마 하늘 구멍 겨우 멈춘 날

부운 발등 달래며 마산역으로 나갔다.

향산에게 두어 가지 걷기 용품 전달하고

역전 광장에서 체조 몸 풀었다.

빤히 아는 길 온 산에 물소리 흘러내릴 게다.

제2 금강계곡으로 들어가는 길

첨망대 앞 정자에서 숨 쉬고

약수터 맹물 한 바가지

꿀꺽꿀꺽 목이 맺힌다.

한참 싱갱이하듯 코로 입으로 물을 쏟았다.

숨을 쉴 수 없다.

겨우 진정하니 온몸의 힘이 쪽 빠진다.

30도 염천에 냉수맛은 역시 시원하다.

 

 

안성고개 갈림길

인증 스탬프 남은 하나 찍을 욕심으로

출렁다리 건너서 우리 넷은 계곡으로 직진하고

본대는 산비탈길 따라 올라갔다.

온 산골에 하얀 폭포 넘친다.

소리만 들어도 등목하는 기분

온몸에 냉기 뿌려준다.

그러나 오르막은 나의 최저 콘디션

가슴이 자꾸 데워져 숨이 가쁘다.

터질듯한 참을성도 온 다리에 힘을 뺏어 간다.

나는 정신 차려 걷지만 히줄럭댄다.

함께 가는 길벗들이 간호하듯 걱정해 준다.

돌팍만 있으면 앉아 쉬고

앞 질러 재촉하는 선발대가 얄밉다.

안성고개 넘는 네 갈랫길

스탬프 있다고 자신하고 왔건만

그 자리엔 없다.

더 피곤이 겹쳐진다.

오늘따라 평소 걷던 길이 오르막이 많다.

억지로 따라 가자니 동행자들에게 미안타.

이제 젊은이들과는 함께하지 말아야지

나도 그도 애씀이 상호 폐를 끼친다.

만수산 반 바퀴 허리띠길  돌아

구암골 맨 마지막 쉼터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둘러 앉아 점심 먹었다.

오늘따라 내가 얼마나 고되었던지

밥맛이 모래 씹는 기분이다.

억지로 아내 걱정 덜려고 몇 숫갈 뜨고 

처음으로 밥을 남겨서 되싼다.

푹 좀 쉬고 나니 기운이 돋는다.

 

 

거기에 스탬프 있어 찍으니 완료했다.

웃음으로 기념 촬영했다. 

우리는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맨 먼저 출발해서 숲길을 이끈다.

평소보다 훨씬 피곤하다.

골마다 내려오는 물소리

팔토시 담가 열을 식힌다. 

숲속길 시원한 길

장단지가 불어오르는 피곤이다.

뒤돌아 보지 않고

하늘에 달린 눈망울 땅으로 깔며

거북목 뽑아 내어 묵묵히 걸었다.

앞장 서 걸으니 뒤에서 보면 생생한 사람이겠지.

그러나 난 나와 무던히 싸우고 있었다.

바위쉼터에서 평상에 다리 드리우고

뒷사람 오기를 기다리며 쉬었다. 

진드기 있다는 소리에 모두 떠난다.

 

천주산 허릿길 꼬불꼬불 주름을 잇는다.

올라가면 내려가고 무던히도 길다.

모두 앞질러 가 버리고

맨 끝에 따라 가자니 그것도 가슴 터진다.

너덜렁 바위에 황마카페트 깔린 길

발바닥엔 불이 날 것 같이 부푼다.

평탄로 명품길이라 느낀 그 길도

오늘은 무척 힘이 빠지는 길이다.

천주암 만난다는 목표로

숲길 걷고 또 걷고

맨 꼴찌는 이래서 피곤한 법이다.

앞서 간 사람들이 마디마다 그래도 쉬어준다.

오늘은 난 관리대상자 걸거치는 사람이다.  

10년 길사랑 역사에 오늘처럼 비참한 날은 없었다.

천주암 위 편백숲 장승거리에서

그대로 직진 숲길 평안히 내려와서는

굴현고개 정류장에서 마감했다.

약 2만 천 보, 14km 걸은 거리가 멀기도 하다.

5시간 반동안 몸과 싸우며 이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