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평생 품위를 지킨 배려와 헌신의 삶 -
09.4.19 육사
어머니가 집안에 머물면
모두 위인이 된다.
그는 언제나
가족들을 또아리 틀어 이고
첫 새벽 정화수 물 길러가듯
임 향한 마음 움직이며 움직이며
자기를 숨겨온 삶이 위대한 역사다.
여기 94수 노인이
아침마다 동백 기름 발라 머리 빗고
가리마 검은 머리 물들여 다듬는 게
누굴 위한 배려인지?
저승 꽃 핀 얼굴에
분 단장 짙은 화장
언제나 언제나
거울 향해 자신을 세웠었다.
그 꽂꽂한 어른이
진양정씨 충장공파와
창원황씨 가문에 흠될까봐
곧고 부러지며
늘 그 자리에서
피붙이 인력으로 생명사 자아내어
내 몸 으스러짐 모르고
하인처럼 하인처럼
정성을 퍼서 먹였었다.
올 봄 변절기 봍은 기침
밤 새워 하더니만
다섯자 남짓 몸에
뼈와 가죽만 남아
죽음을 버릇처럼 부르던
그 먼 황천길을
동마산 병원 중환자실에서
불렀다가 늦췄다가
가슴을 태우시네
고명 딸 하나에
그지없는 손자 사랑
온 정성 다 쏟으며
백수 질긴 희망 눈 앞에 두고서
긴 역사 눈에 기록하여
꺼내서 훈계하고
더듬어 솔선하며
절개 지조 위인처럼
지키셨네. 지키셨네.
독립군 같은 고결한 사랑을 ......
[90세 차이 증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