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3.14 진주시 사봉면 봉대리 북지마을 어느 옛집 폐허를 보고
존재의 의미가
버려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게 있지만
버려야 할 것인데도
무척 아까와 버리지 못하는 게 있다.
그게 바로 남은 응어리 고향인가 보다.
추억에 물든 사랑은
뒤적거리다가 계속 한 쪽으로 제끼며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끈을 놓지 못하는
고향 마을이 자꾸 빈 터로 남아
애환의 역사를 저울질한다.
기우는 집집마다
바람 숭숭 문짝 날아가고
온통 구멍 뚫린 담장 기웃
쑤셔박힌 쓰레기만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때린다.
그 잘난 천석군 부잣집도
초가 단칸 북적대던 토담 오두막도
떠나고 나니 그게 그것인 것을,
집집마다 울타리마다
자욱하게 묻힌 애환들이
뒷벽 그을림처럼 흔적으로 남아
옛 이야기 주섬주섬 떠날 채비하며
사라지는 근본을 걱정한다.
천석군 부잣집 - 청기와 지붕과 큰 감나무 사랑채 넓은 텃밭, 돌담 대밭이 퍽 인상깊다.
골목길 높은 돌담장 - 오가는 마실 소리가 돌 사이에서 박혀있는 듯
대로 엮은 뒤주 -가을이면 이 속에 나락이 가득했었는데
쓰러져가는 폐가 - 그래도 쓸모를 찾아 온갖 땔감이 쌓여 있다.
둥구리(나무뿌리) 장작 -죽은 나무뿌리를 캐어 장작 패서 군불 소죽솥에 때었다.
마루밑 붕괴 - 세월이 마루 밑 벽을 스스로 붕괴시키고 있구나
세월의 흔적-얼마나 많은 애환이 가슴을 검게 태웠던고
사랑채 - 큰 기침 소리가 수많은 손님을 맞이했을까? 위엄잃고 벽이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