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19 입력/264
신광수 선생은 조선 영조 때의 문인으로 호는 석북石北 또는 오악산인五嶽山人이다.
53세에 금오랑으로 제주에 왔다가 풍랑으로 40여일 간 머물면서 탐라록을 지었고
이 잠녀가도 이때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보고 지은 시다.
그의 집안은 몰락한 남인 계통에 속하여 초기에는 벼슬이 높지 못했고 문장도 현실 비판적인 내용이 많았다.
61세에 기로과에 장원하여 영조의 신임이 두터웠는데,
서울에 거주할 집이 없다는 점이 알려져 집과 노비를 하사 받은 일이 있다.
그의 문장은 사실적인 필치로 당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농촌의 피폐상, 관리의 부정과 횡포, 하층민의 고난을 많이 다뤘다.
또한 우리니라의 신화나 역사를 소재로하여 민요풍의 한시로 표현하고 있어, 한문학사상의 비중이 크다.
잠녀가는 제주해녀들의 생활과 작업 모습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고, 관리들의 횡포를 질타하고 있다.
특히, 관리의 입장이 아닌 인간적 시각으로 해녀들의 모습을 애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문인인 이광수는 젊은 시절 신광수의 문장에 감복하여 자신의 이름도 광수로 개명하였다 한다.
후손으로 시조시인 신석초가 있어 1973년에 <석북시집>을 초역, 간행하였다.
종달리 해녀상
耽羅女兒能善泅 탐라의 여자들은 잠수질을 잘하여
탐라여아능선수
十歲已學前溪游 열 살 이전에 앞 내에서 헤엄치기를 배운다
십세이학전계유
土俗婚姻重潛女 이 지방 풍속은 혼인에도 잠수를 중히 여기며
토속혼인중잠녀
父母誇無衣食憂 부모는 의식걱정 없다고 자랑한다는 말을
부모과무의식우
我是北人聞不信 나는 북쪽 사람이라 듣고 믿지 않았더니
아시북인문불신
奉使今日(來)南海遊 이제 왕사가 되어 남쪽 땅에 와서 직접 보니
봉사금일(래)남해유
城東二月風日喧 이월 개인 날에 성 동쪽 마을에서는
성동이월풍일훤
家家兒女出水頭 집집마다 여인들이 물가로 나간다
가가아녀출수두
一鍬一笭一瓠子 비창 하나 망사리 하나 테왁 하나
일초일령일호자
赤身小袴何曾羞 소중이에 알몸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고
적신소고하증수
直下不疑深靑水 깊고 푸른 물에 의심 없이 바로 내려가
직하불의심청수
紛紛風葉空中投 날리는 낙엽처럼 공중에 몸을 던지니
분분풍엽공중투
北人駭然南人笑 북쪽 사람은 놀라워 하는데 이 곳 사람은 빙긋이 웃어
북인해연남인소
擊水相戱橫乘流 장난으로 물장구치며 물줄기를 마음대로 타기도 하고
격수상희횡승류
怱(忽)學鳧雛沒無處 문득 오리새끼같이 잠기어 간 곳 없더니
총(홀)학부추몰무처
但見瓠子輕輕水上浮 다만 가벼이 떠 잇는 테왁만 보이네
단견호자경경수상부
斯須湧出碧波中 잠깐 뒤 푸른 물결 위로 솟구쳐 올라
사수용출벽파중
急引匏繩以服留 다급히 테왁 줄을 당겨 품고 머물러
급인포승이복류
一時長嘯吐氣息 길게 휘파람 불어 숨 한번 토해 낼 제
일시장소토기식
其聲悲動水宮幽 그 소리 처량하여 멀리 수궁 속까지 흔들어 놓네
기성비동수궁유
人生爲業何須此 사람이 어찌 이 같은 일을 생업으로 삼아
인생위업하수차
爾獨貪利絶輕死 그대들은 이익을 탐내어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가
이독탐리절경사
豈不聞陸可農蠶山可採 어찌 듣지 못하였나, 뭍에서 농사와 누에치기, 산에서 나물 캔다는 것을
기불문륙가농잠산가채
世間極險無如水 세상에서 가장 험난함은 물과 같은 곳이 없는데
세간극험무여수
能者深入近百尺 능숙한 이는 백척 가까이 이른다 하니
능자심입근백척
往往又遭飢蛟食 어쩌다 굶주린 고래를 만나는 날이면 그들의 밥이 되리라
왕왕우조기교식
自從均役罷日供 균역법 베푼 이래 날마다 바치는 공물이야 없어졌으니
자종균역파일공
官吏雖云與錢覓 관리들도 입으로는 돈을 주고서 산다고 하네
관리수운여전멱
八道進奉走京師 팔도에서 진봉하여 서울로 올려 보내는 것이
팔도진봉주경사
一日幾駄生乾鰒 생 전복 말린 전복 하루에도 몇 바리인가
일일기태생건복
金玉達官庖 금옥 같은 높은 관리의 푸주간
금옥달관포
綺羅公子席 기라성 같은 귀한 이들이 않은 자리에
기라공자석
豈知辛苦所從來 어찌 알리요 어느 곳에서 어떤 괴로움을 겪어 왔는지를
기지신고소종래
纔經一嚼案已推 겨우 한번 씹어보고 상을 물린다
재경일작안이추
潛女潛女 잠녀여! 잠녀여!
잠녀잠녀
爾雖樂吾自哀 그대는 비록 즐겁다 하나, 나는 슬프구나
이수락오자애
奈何戱人性命 어찌 사람의 목숨을 희롱하여
내하희인성명
累吾口腹 나의 입과 배를 채우랴
누오구복
嗟吾書生 아서라! 우리 같은 선비들이야
차오서생
海州靑魚亦難喫 해주 청어도 맛보기 어려워라
해주청어역난끽
但得朝夕一薤足 단지 끼니마다 부추나물만 있어도 넉넉하여라
단득조석일해족
우도 해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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