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가족사랑기

세밑 대청소

황와 2020. 1. 21. 15:46

20.1.20 세밑대청소 온 먼지 둘러쓰다./264


묵은 해가 넘어가려고 어깨를 짓누른다.

섣달 그믐께 묵은 먼지 때 벗겨

새해를 맞이하는 깨끗한 풍습이다.

온 집안 안팎을 쓸고 닦고

멀리 나간 자식들 친척들 맞이하라고

묵은 때 묻은 고향집에서

어미애비가 기다리는 준비성이다.

옛날 집 안팎 비로 쓸고 

문짝 떼어내서 창호지 붙이고 

양지쪽에 기대선 부모의 자식 기다림

갑자기 아내가 마지막인 것처럼

온방을 헌물건 버리고 청소하잔다.

느낌이 이상하여 말로 표현 못하여

마치 머슴처럼 눈치만 살피며 피로를 관찰했다.

정말 아픈 몸인지? 신경을 세운다. 


큰방 작은방 옷방, 할매방 

눈에 거슬리는 것이 옛 퇴물들이다.

아까워 버리지 못하던 물건들

마치 개인 박물관을 차릴만한 증빙 역사자료들 

서재에 길게 꽂힌 옛 때묻은 책들

직접 필사한 일기장 작품집들

내겐 역산데 아내에겐 모두 쓰레기다.

버려야 살 것처럼 재촉이다.

옛 사진도, 상장도, 일기장, 편지도 

전부 누렇게 찌들어 모서리가 오그러졌다.

그 많은 책도 모두 서계에서 내려와 

빈 박스에 담겨져 떠난다.

전집류, 백과사전류도 다 쓸모없는 책으로 치부한다.

모두 컴퓨터에 다 들어있단다.   

옛날 쓰던 가방도, 모자도 다 버린다.

옛 이웃 할매 재활용폐기물 수집자 불러

한 차꺼리 주어서 보낸다.

참 고맙고 착한 아내 황여사다.


또 베란다에 20년 앉은 먼지더미

돌돌 말려 일어난다.

아마 이사한 후 첫 청소다.

비로 쓸고 물걸레로 닦고 마른걸레로 훔치고 

노오란 바닥이 드러나도록 먼지 마셨다.

온몸에 먼지 투성이다.

들어낸 침대, 책상나무, 매트

아내는 부치는 체력에 몸살기 나타낸다.

모든 일 혼자서 힘 쓰며 다 치운다.

아내가 아플까 모두 혼자 책임감이다.

무리한 작업도 책임감으로 떠 맡는다.

어슬프게 시작된 청소가

꼼꼼하게 구석구석 다 떨어내 쓸고 닦으니

새집처럼 상큼한데 몸은 피곤하다.


점심저녁 먹는 둥 마는 둥

아내 먼저 온몸 먼지 목욕으로 닦고 

난 모든 걸 다 확인한 후

목욕탕에서 노곤한 피로 씻었다. 

대목밑 목욕사례 옛날에 행한 준비성이다.

목욕재계하고 조상제사를 모시는

전통 양반가정의 범례를 실천했다.

여기저기서 나쁜 소식은 우릴 더 바쁘게 만든다.

맑게 개고 나니 평화가 온다.

그게 우리 가족의 새해 준비성이다.

새해빔 바람에 내서 말리고

떡국꺼리 쌀 씻어 건지고 

시장 돌며 제삿장 보기는 뒤로 미룬다. 

경자년 새해는 우리 눈에서 행복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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