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15 설 전날 재헌이 찬호 세호가 왔다. 그놈들 안는 것이 할배의 설이다./264
재현이가 내 무릎에 안긴다.
또 뚱뗑이놈들 찬호 세호도 양팔에 안긴다.
자식들에게는 웬수 같은 놈들이지만
할배 할매에게는 보석 같은 손자
둥글둥글 에워싸고 논다.
깔깔대는 소리 행복한 문패
세밑 집집마다 이는 풍광이다.
먼 성남서 영어유치원 다니는 친손자
창원서 학교 학원 공부 굴러다니는 외손자 형제
쳐다만 봐도 넉넉하고 행복하다.
할미는 열흘 전부터 역시장 훑고
어시장 대목장 보고
머리속에 익은 제삿상
과일 나물 고기 어물
전부 손 안 간 데 없다.
허리 기운 없고 어지럽다고
나이탓을 제사 준비에 걸친다.
그래도 아이들 오면 먹일 거라고
아들, 며느리 손자 입맛 다 챙긴다.
그러니 여인들 더 늙을 수 밖에
할미 할애비의 정이다.
설날 늘어앉아 세배 받고
한복 줌치 속에 가치도 없는 세뱃돈 받아 넣고
달랑달랑 마루를 뛰어다닌다.
그 모습이 귀여움이다.
설날 즐거운 풍속도다.
차례 지내고 떡국 음복하고
진성으로 숙부님 기제사 3헌 축문 읽고
조상님 산가 방문 성묘 프로그램 연다.
네 집 종형제들 모두 내 차에 담아싣고
수의동 6대조 할배부터
안심방 5대조 할매
달음산고개 양·친부모님
뒷뫼 고조부, 증조부, 조부모, 숙부, 큰집 할매, 아재, 종제
한바퀴 돌고나면 늘 한나절이 다간다.
그게 선조를 체험하는 이벤트
몸으로 선조 사랑을 배운다.
이제 생가집을 도는 코스다.
제사 지내는 집은 자동으로 돌고
가까운 집안 큰집, 다래미 아재집, 동생집,
반성 누이집에선 외삼촌 왔다고
생질놈들 그 아이들까지 지갑이 마른다.
얼마나 풍성한 만남인고
그게 울타리가 되어 서로 받드니
화목이라는 불을 지핀다.
고마운 고모님댁은 생략한다.
마칠 쯤이면 한나절 다가고
고속도로 국도는 붉은 빛 줄을 긋는다.
또 이리저리 들길로 질러
군북 법수 부봉 유원 돌아오니
저녁이 되고 만다.
명절날의 일과다.
남지 장모님댁은
내일 아이들 올라가며 성묘가기로 했다.
어린 우리 아이들 살갑게
정성으로 키운 외할머닌데
그놈들 기억엔 가장 고마운 할머니다.
소줏잔 부어 놓고
우리 손자들 잘 보살펴 달라고
아내는 또 그 어머니에게 부탁한다.
대를 이은 배려
그게 내리 사랑이라는 거다.
깔깔대던 소리 올라가고 나면
마루는 푸른 화분 사이 겨울 햇빝이 노는
절간 같은 집안이 되고 말게다.
아이들 소리 벽에 박제되어 있다가
이따금 생각나면 뛰어나와 안기겠지
나이는 그렇게 또 한 살 먹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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