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만남 3/산책로풍광

기장 아홉산 대숲길

황와 2017. 12. 5. 17:05

17.12.5 산수벗 기장 아홉산 대숲길 걸었다./264


오늘 갑자기 영하의 날씨

사람의 가슴을 바짝 얼린다.

고혈압 밖에 나간다고

온통 둘둘 감아댄다.

갑갑증 나만의 사치

아내에겐 도저히 통하지 않는 특이체질

아침내내 따라다니며 확인한다.


    



내차를 몰고

한차 실었다.

기장 아홉산 아래 대숲마을

매스콤에 한 번 오르면

모두 가고싶어 환장을 한다.

빙빙 돌아 기장 철마면에 든다.

산골 추운 날씨 을시년 스럽다.

철마면 웅천리 아홉산 숲

남평문씨가 4백년동안 가꾸어온 고집

고사리조차도 귀하게 본다는 관미헌(觀薇軒)

ㄱ자 당당한 집이 깔끔하다.

품격 높은 집에 용두가 격을 너무 넘친다. 

각재기둥에 못하나 쓰지 않았단다.

입장료 1인당 5천원

지금껏 노인 무료입장에 길들여져

무언지 모르게 비싼곳이 된다.


    



댓잎 속삭임이 겨울 바람 언어

손끝 시려 장갑을 끼운다.

대밭길 푸른 빛이 젊다.

표고재배상이 대숲사이로 가지런하다.

잔자갈 자글거리고

바람에 나뭇가지 까치 날고

천년금강송 하늘 덮고있다.

차근차근 오르는 길이 추위를 몰아낸다.

무덤가 대밭에 맹종죽 바람

한뼘 손가락이 흰 마디를 넘는다.

푸른 빛이 볼거리다.


    



지그재그로 굽어오르는 오솔길

높다란 금강송

오르내리며 이야기 나누고 

옛 대밭집 장남 추억을 되살린다.

눈오면 활처럼 휘는 대숲

참새소리 밤마다 이야기 재잘대고

뚝뚝 새벽녁 대포터지는 소리 

무서운 이야기 대밭에서 귀신 나온다. 

둥근 맹종죽 죽순

1년내내 지겨운 반찬

대밭집 손자는 그것도 지겨웠다.


     



맹종죽이 무성하게 쏘물다.

간벌로 솎아내어 팔고

죽구쟁이 사랑에 머물며 

대 몇개 주면 소꾸리 바구니, 병아리 집

죽석자리, 키,  못 만드는 게 없었다. 

우리 집 방 자리는 모두 죽석자리

맨바닥 맨살 끌고 다니면

새까만 가시 살같에 박힌다.

그래서 죽석자리 싫었다.

다른 집에선 상상할 수 없는 고급 방석

그 재료 대가 이제 쓰임새가 없다.

프라스틱 나오고 죽세공품은 밀려났다.

그레서 한 속 두 속 대밭 부자는

이제 대밭에 길 만들어 구경군 모은다.

바로 여기처럼 


       



산속 돌아다니니 바람도 따라 돌고

먼지 풀풀나는 오솔길도 

낭만 아름다운 추억속에 논다.

왕대밭 곁에 맹종죽 드넓더니

구갑죽(龜甲竹)과 오죽(烏竹)이 별다르다.

삼각형 이어 붙인 대 마디 

거북등처럼 부풀어 오른다.

머리 위로 커 오르면

왕대 모습으로 변하여 자란다.   

오죽은 아프리카 손님처럼

가늘고 길게 솟아올랐다.

산속 여기저기 오솔길 헤매다가

마지막 관미헌에서 당당한 한옥 보고

여름이면 유리문안 창살무늬 아름다운 문

활짝 걷어 천장에 받히고

모시적삼 입은 여인 바람 부채 흔들며

풍속화 한 폭 머리속에 그린다.

거기에 차 한 잔 곁들이면 좋겠지

은행나무 단풍나무

반쯤 묻힌 장독들

가을 낙엽이 몇점 낙점을 했다.

대나무 숲길 편백 숲길 금강송 길

내가 산소 만들며 바람과 어울렸다.

따라 오르던 사람들이 길을 잇는다. 


    



정오쯤 기장 대변항으로 자리를 옮긴다.

기장 미역, 다시마 멸치 절갈

해안 풍경 마시러 차를 몰았다.

차운 날씨에 해변이 한적하다.

멸치쌈밥 시켜놓고 소주 한 잔 부라보

친구들 건강이 내 건강이 된다.

멋지게 맛지게 마시고 

소주 한 잔이 세상을 돈짝만하게 만든다.

송정해안 둘러 해운대로

동래 둘러 만덕고개 넘어서 

하루가 강아지처럼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