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가족 방문과 묵은 세배
| 26.2.16 딸 내외와 외손자 형제, 강아지까지 섣달그믐날 설 차례음식 만들러 오다./264 제사음식 만들기, 식구들 함께 저녁식사하기, 묵은세배하기 |

오늘은 음력 을사년 섣달 그믐날
설날명절이라고 고향찾아 정을 나누는 풍습
아들네 성남에서 오르내리는데 고생한다고
조상 차례상 준비 참례도 엄마의 직원으로 내려오지 말라고 했으니
오로지 우리 내외가 준비하고 장만하여 차례를 지내야 한다.
그게 가까이 있는 딸이 안스러워
엄마 어깨 수술하고 나서 제사준비 어렵다고
딸이 그믐날 친정 와서 역시장 어시장에서 사다둔
제사 음식을 장만하고 전 붙이고 자반고기 삶고
제삿상에 올릴 전통과자 과일까지 사서 온다.
난 오로지 대주이지만 잡일하는 머슴이되어
이것저것 심부름에 나물 가리고 마늘까고
몸으로 하는 작업 모두 내 책임이다.
요즘 내 들으라고 누구는 오늘 차례 안 지낸다고
또 누구는 가족들도 안 내려온다고 전한다.
은근한 압박으로 내게 세태를 전하지만
내가 꿈쩍도 안하고 내가 살아있는 한
냉수 떠 놓고라도 지낼 거라고 전했다.
차례는 결국 날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 즉 조상에게
감사하는 맘으로 간략히 제물차려 밥한끼 대접함으로써
조상이 좋아지는것이 아니라
지내는 내가 맘속으로 최소의 경의를 드렸다고
스스로 복을 나와 내 자손들에게 내리는 자축행사이다.
이것을 마치 부모와 조상들이 좋아지게 지내는 것인 양
귀찮은 일 그만하자는 생각이 세간 풍조다.
그러나 그걸 안 지냈다고 내리는 벌도 없고
그걸 지냈다고 축복을 직접 내려주는 것도 없다.
그러나 지낸 후손들은 그 행샤ㅏ를 통해 집안간
또는 친척간 상호 유대가 두터워지고
화목한 집안 자부심이 긍지로 대대로 내려 전해진다.
제발 나는 차례를 안지내기로 했다는 말 안 전하기를 바란다.
그 소식은 마치 함께 지내지 말자는 동행 회유책 같다.
내가 내 맘 편하기 위해 지내는 걸
이웃에서 지내든지 말든지 무슨 상관이랴!
난 어릴적 부모님을 초등학생 때 일찌기 여의고
부모님 이 늘 그리운 사람이었기에
짧은 기간이지만 나를 나아 길러준 고마움이
다른 호가정 보다 더 크기에
나는 나를 달래려고 차례와 기제사를 정성껏 준비한다.
옛날 제사가 다가오면 부정한 곳에 참여하지 않고
산소를 성묘를 하고 둘러보며 살피고
며칠전부터 집안 안팎을 쓸고 닦고 청소하고
몸을 깨끗이 씻고 단정한 맘으로 신중한 몸가짐과
정성들여 만들고 차린 제수로
마치 살아 계실 때처럼 정성을 다해 메와 탕숫국으로
내려오는 가례에 맞춰 제사지내고 절하는 것은 예절의 기본이고
짐승과 다른 인륜 도리의 예절이다.
이걸 잘 지낸다고 마치 효자나 된 것처럼 자랑하고
제 할 일 다한 것처럼 행동하는 졸장부도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양반가에서는 그게 기본이었고
그러지 못한 자손은 남에게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이제 세상이 변해서 그일이 비난의 대상은 되지 않지만
조상에게 내가 얼마나 떳떳한지는 자기가 자기를 평가할 것이다.
그래서 식견있는 도덕인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차례나 제사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미안한지 안그런지
또는 자손들이 나에게도 나를 존경해 줄 것인지 아닌지
그것은 자녀들에게는 솔선수범의 본을 보이고
나를 존중하기 위해서 그 보본을 이행해야 한다고 느껴야 한다.
오늘 아들네는 오르내리는 고통에 고생한다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배려로 내려오지 말랬지만
요즘 아내의 저력이 약해져서
명절 쇠고 나면 몸살로 고생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 소리가 그립고 가족간 얼굴 보는 것이 그리움이다.
건강한 모습을 보면 안심이지만 안보면 그 처지 알 수 없다.
집안이 늙은이들 청소를 꼼꼼이 못해서 조금 추해도
아이들 식성에 조금 맞지 않더라도
할배 할미의 정을 체험해 갔으면 좋겠다.
오늘 딸이 온 바람에 난 조금 방안에서 쉬었다.
나물 삶고, 제수고기삶고, 전 붙이고, 탕국 끓이고
오더니만 맨 먼저 부엌 싱크대, 찬장 닦기 반들거리고
저녘무렵 사위와 외손자들 몰려와서
집에서 직접 지은 밥과 반찬으로 가족만찬 즐기고
가족끼리 앉아 텔레비젼 시청하다가
집으로 갈때 쯤 내가 오늘 모인 자리는
그해 마지막날 섣달 그믐날이면
그해 고마운 사람들과 친척들에게 찾아뵙고
한해동안 보살펴 준 고마움을 긴딘힌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며
서로 함께 절하는 풍습을 '묵은 세배' 라 하였다.
그리고 정월 초에는 다시 새해를 맞아
올 한해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시라고 덕담하며 절하니 이를 세배라 했다.
이 풍속은 동네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면서
서로 배려와 사랑을 주었기에 길러진 미풍양속이었고
이를 통해서 고향공동체가 어긋나지 말고 바르게 가르치고
올바르게 도덕심을 갖고 실천하도록 한 향약이요 인륜덕목이었다.
이에 내일 그들 친가 할머니 만나러 가는 일정이기에
오늘 묵은 세배와 내일 세배를 겸해서
온가족들 모여 앉아 세배인사 받고 모두 건강하고 사업 잘 되고
손자들 학교교육 고생하지만 잘 익혀가자고 덕담하고
두둑한 세뱃돈 두 손자에게 전해주고
특히 큰손자 대학 등록금으로 보태라고 전했다.
사위 내외도 우리에게 또 큰 용돈 전하니 고맙게 받는다.
난 그 금액은 모두 얼마인지 모르며
할미 손으로 정을 전했다.
딸네가 가까이에 있으니 노후에 참 고마운 일이 많다.
아들네 멀리 있으니 자연히 기회가 드물어진다.
친손자는 부모가 일이 많으니 보모가 키웠고
그러니 키운 정은 손수 키운 외손자들이 더 있을 밖에 없다.
체험의 기회가 많을 수록 추억에 많이 남는다.
모두 즐겁게 와서 밥 먹고 한차로 밤길 배웅했다.
쓸쓸한 날이 아니라 고마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