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밝은 개해 가슴에 안고 숲속길 걸어
18.1.1 새벽 팔룡산 해맞이길 걷기/264
코스(정인사-z길-능선-정상(07:44 해맞이)-수원지길-창신대뒷고개-능선-용선암-능선길-
TP점-양덕체육공원 배드민턴(떡국)-동마산교회-등산화수리)
거리 약 11.5km 17500보
새해 첫날이 오면
난 미친 사람이 된다.
새해를 보러 가는 것은
해에게 새생명 얻으러 가는 것
물가에 앉힌 어린애처럼
날 걱정하는 이 아내다.
혹시나 고혈압이라도 터질까봐
아님 낙매라도 볼까봐
5시반 깜깜하다.
겨울 스키장에나 입을 파커
매년 이때면 온몸 둥둥 싸서
가로등아래 눈만 내놓고 간다.
검은 동네 앞에서
나처럼 미친 여인과 인사 던지니
날따라 골목길 모퉁이 돈다.
매일 팔룡산 등산이 하루의 시작점이란다.
난 팔룡산 해맞이가 1년의 시작점.
날짐승 퍼더덕거리는 산길
눈이 등불되어 어슬픈 길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 시내는 불빛 잔친데
오르는 가픈 숨길만 어지럽다.
무조건 가슴 벅차면 앉아 쉰다.
그 시간 충분히 고려해 일찍 나섰다.
같이 걷던 이는 밤골길로 빠른 길 택해 가고
나홀로 지그재그길 오른다.
산 중간능선에 오르니
사람들 줄지어 산을 오른다.
오가는 사람 한사람도 놓치지 않고
건강 인사 건넨다.
다시 메아리되어 내개 돌아온다.
먼저 인사 던지는 사람이 넉넉한 사람
이왕 할 바에는 늘 먼저 던지는 편이다.
그건 예전 매미태풍 때부터 시작됐다.
약 1시간 반만에
정상고지 138 계단 오르고 또 50계단
목표가 있으니 숫자를 센다.
정상 느릅나무 아래 폭신한 내 자리
석가 보리수 나무 아래이듯
매년 그 자리 가부좌 틀고 앉으면
사람들 명당이라 일컫는다.
앞에 사람들 머리 울타리 쳐도
환하게 돈대에 앉아
동쪽하늘 붉어진 곳 응시하며
난 기도를 한다.
사람들도 모두 기돗발 도진다.
그 인증샷 카메라에 담는다.
지난해 우리 지켜준 은혜 감사하고
새해엔 자유와 평화와 용기를
가족마다 자손들 건강과 번창을
이웃에겐 사랑을
모든 친구들에겐 무사태평을
염원처럼 빌어본다.
이젠 눈으로 해를 보지 말자.
그 환한 불덩이 가슴에 안아
새생명 빌려 한해를 버티는
짐꾼 노릇을 하자.
환호와 함성으로 기쁜새해를 맞는다.
2018년 그 따끈따끈한 해를
가까이서 멀리서
날 바라보는 시선들에게
새생명 택배보낸다.
현장성이 식기전에
찐빵처럼 김나는
무술년 새해를 건강하라고
감사하고 감사하며 보낸다.
사람들 우루루 빠지고
아침 상쾌한 산책길
바위벼랑이 아찔한 동쪽능선길
아래로 쏟아지듯 내려간다.
오르면 해도 오르고
내리면 해도 감춘다.
봉암수원지 얼음이 깔렸다.
수면 거울은 하늘을 세탁 중
미세먼지에 더렵혀진 하늘색
옥양목처럼 깨끗하게 빨아 더욱 파랗다.
수원지 한 바퀴 돌고
얼음이 갈라진 물 위에
산 꼭대기 거꾸로 바져 허우적 거리나
내 힘으론 건질 수 없어 바라만 본다.
노닐던 목 푸른 청동오리도
고개 빼어든 남생이도 모두 방학이다.
골짜기 파고 올라가서
고갯마루 벤치에 앉아
감홍시 하나 달콤하게 마셨다.
아내의 정성이 단맛이다.
다시 능선을 기어오른다.
만나는 사람마다 복많이 나누어 준다.
바위물이 굳어져 올라온 바위
용선대 바윗물 무늬가 지구의 역사를 읽는다.
밴치에 앉아 찬란한 햇빛이 노니는
동마산 우뚝우뚝 자라나는 건물들
저기 조그만 아파트 내 집을 읽는다.
새벽 암흑 속에서 찬란히 빛나는 도시다.
능선을 따라 정상 허릿길 타고
남서쪽 능선을 따라 흐르다가
양덕동 채육공원 배드민턴장을 들었다.
건강 체험 전시장
생기가 펄펄 넘친다.
떡국잔치를 벌인다.
모두가 친구이듯 초대한다.
나도 한그릇 초대에 끼인다.
새해 정이 듬뿍담긴 맛에
고마움 먹고 감사 나눈다.
팔룡산터널이 아래로 통과하는 지점
다행히 아무 변화도 없다.
동마산교회로 내려오며
도시의 재벌은 교회가 되었다.
그 비싼 집터가 교회주차장으로 바뀐다.
동사무소 건너오다가
연일정씨 노인 구두수선점
옛정 궁금하여 들리니
정월 초하룻날인데도
가죽 앞치마에 구두 밑창과 싸움이다.
나도 입을 벌리는 등산화 내밀어
풀칠해서 깁고 다듬어 붙이고
농담하며 늙은 이야기 정이 붙는다.
물어보지 않고 맡긴 7천원이 아깝다.
늙은이 아이들 헌신발 받아 신는 게 대세란다.
새해 팔룡산 나들이 넉넉했다.
아마 오늘 새해 건강 인사
백 명쯤 나누어 주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