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아들 이사 가는 날

황와 2016. 12. 14. 22:27

16.12.14  아들 전셋집 이삿날 앉아서 용만 썼다./264


 오늘은 아들 집 이사가는 날

좋은 날 좋은 때에

좋은 방위 찾아

조신하며 가는 대사 (大事)

부정(不正)탈까 봐 

오래 산 어른 먼저 들고

아이들 대피시켰다가 들고 


온갖 조상신 사방신께 

조아리며 양밥 놓고

대문간에 황토 뿌리고

짚단 불 타고 넘고

소금 자루 밟고

오색 곡식 주머니 싸서 보내고

천 리 밖 마산에서

하루내내 좀을 볶는다.


오늘 하루 어미는

몇 번이고 무당집 가듯 빈다.

바쁠세라.

복잡할 세라.

속 맘만 끙끙

전화 한 번도 못하고 참는다.


새집으로 가는 행렬

몸에 익은 것은 다 바꾼다.

새로 살 땐

모두 질기고 모양있게 만든 용품

대를 이어 사용할듯 고르지만

새 물건 새 집에 들자고

싫증난 물건 사람 빼고 다 바꾼다.

엄마 아비 헌 사람

모두 버리고 갈까 봐 맘 조린다.



예전 동네 사람들 거들어

아삿짐 싸고 나르고

그래서 시루떡 해서 동네사람에게 먹였는데.....

신식 이사법(移徙法)

이사 업체 견적 보고 계약하고

주인은 열중 쉬엇

이삿짐꾼들만 사뿐사뿐

순서대로 장소대로

싸고 닦고 번호 매겨

원래 장소 서랍에 안전하게 운반한다.


손자놈은 아지매 집에 피접(避接)가고

노년들은 걸거친다고 멀찌감치 앉아서 볼 뿐

우리는 멀다고 오지말라하고

이제 부모도 어른도 용도 폐기 유행 사회

아직 쓸만한 것도 많은데

저들 싫으면 떠나고 만다.

멀쩡한 가구 신발

돌아 앉은 생활용품들

흘긴 눈빛에 쓰레기가 되어간다.

아깝다.


시장 찾아 좋아하는 바닷고기 사서

이삿집 식탁에 두고두고 먹으라고

마른 놈, 맛진 놈

살 오른 씨알 굵은 물고기

장사 할매와 싸워 가며 싸게 산 찬꺼리

어깨 늘어지는 엄마의 정이다.

터 좋은 집에 잘 가서 살며

가족 건강하고 손자들 꿈꾸며 자라기를

맑은 물 떠 놓고 지문 닳도록 비빈다.

그게 부모님 맘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