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 둘러보기
16.11.8 서울아산병원 연례 검진받다./264
한 해 동안 잘 써먹은 생명
에너지 소모됐는가 보다.
또 명의 앞에 한 몸둥이
날 눕히고 생명 받으러 간다.
아침 굶고 약봉지만 털어넣고
서울아산병원 심장센타
날 해부해서 소반에 받치고
이리저리 뒤적쥐적
살릴 궁리를 입는다.
피 뽑고 혈압 재고
심전도 검사에다
가슴 엑스선 찍고 운동부하검사까지
한 세트 매년마다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선 박 명의 앞에 앉아
두세 마디 주고 받고
그리고선 또 후내년에 보자고 한다.
나올 땐 그저 생명 얻었다고 안도한다.
그게 의사와 환자의 같은 꿈
어쨌던 의사의 언도
아무 조건 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나와서 예약 일정 잡고보니
후내년 5월에 또 사전검사하러 올라오고
의사 면담하러 일주일 후 또 오고
아산사랑 약국
반년치 약 한 꾸러미
달랑달랑 들고 기분 좋게 떠난다.
더 아름다운 것은
가을이 날 위해 펼쳐놓은 정원
최고의 만찬으로 가슴이 탄다.
땀뺀 부하검사 마치고
그 시원한 해방감 정원을 산책한다.
시원한 바람이 단풍 그늘에 놀다가
노랑 마음 은행나무에
또 계수나무 잎은 노랑잎에 검은테 두르고
빨강 마음 단풍나무에
주황 마음 벚나무와 메타세콰이어에
분홍 빛은 분홍 구절초에
하양 빛은 흰 구절초에
온통 자연 빛이 찬란하더이다.
모두 날 위해 펼친 축제장인 듯
푸른 소나무와 단풍든 낙엽수
지금 정원은 날 미치게 한다.
점심시간 아산 전시관에 들러
현대 정주영 인물사
타고 다니던 짐판 자전거
생애가 다시 드러나진다.
오다가 옛전우 임배정 병장 만나
남자들의 첫 시선 낯짝만 본다.
주름진 눈 기어들고 수척하다.
어데 아푸노?
감기란다.
손자 건사한다고 피로 겹쳤단다.
옛 이야기 지금 생활
떡국 한 그릇 놓고
늙은이의 수다 속을 비웠다.
45년 지기 그건 우연이 아니다.
참 좋은 놈
참 멋진 놈
젊음만 기억하고 있으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