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예순 아홉 생신날
16.7.23-25 아이들 둘 아홉 가족
엄마생신날 모여 들어 집안이 북적댄다. 기쁜 잔칫날이다.
삼시 세때 음식 잠자리 준비로 엉치 아파 엉금거린다./264
천덕꾸러기 아이는
외가에서 여름 오뉴월 태생이라
여식 서럽게 똥누더기 감고
남진 산골에서
유월 스무 나흗날 울고나와
외피붙이로 그렇게 자랐었다.
평생 그 얘기 추억처럼 되뇌곤 한다.
사십년전 나와 혼인하여 딸 하나 아들 하나
오누이 귀엽게 키운 것이
40년 선생한 것 보다 더
오로지 제 것이라고 여기고 산다.
외손자 두 놈 딩구는 모습이 예쁘고
손자 사진 뜨면 보고 또 보고 기다린다.
유일한 낙인 양
토요일 부터 아이들 손자들 몰려든다.
아침부터 역시장 드나들며
조리대 앞에서 앞치마 벗지 않고
하루 종일 무얼 만드는지
그들 식성에 맞는 음식 준비다.
외손자 놈들은 고기 없으면 별로고
손자 놈은 짧은 입에 구미 없으니 멀쭝할 게고
딸 사위 아들 며느리 모두 걱정이다.
이번에도 추어탕 툭진 국물은 준비하는 듯
매스콤 싫은 음식 모두 빼고
좋다는 재료만 나열하니 아이들 고개 흔든다.
거실에서 누비요 위에서 둘둘 말려 자고
사이사이로 강냉이 찌고 과일 깎고
하루 내도록 간식꺼리 입에 물고 있다.
눈은 거실 텔레비젼에 박고
소파가 헤어지게 누워 딩군다.
어린 손자놈도 만화영화에 눈을 박는다.
세살 돐이 넘지 않은 말씨
제법 의사를 전한다.
손으로 건지러대니 땀띠가 솟는 듯
늦은 아침이 정오다.
먹는 둥 마는 둥 입은 궁금하지 않다.
게으름 소화시키려고
무더위 찾아 입곡저수지를 찾았다.
모두 내 카니발에 타니 만원이다.
출렁다리 앞에 내려 건너갔다가
다시 되돌아 오고 만다.
숲속에 벌레가 많고
더위 나무 밑 바람 한 점 없단다.
가로 누운 물가 버리고
세로 선 계곡물 찾아 궁류 찰비계곡 향했다.
정곡면 백월교 건너
이병철 생가 못가본 사람 둘러보고
궁류면 벽계마을 찰비골 사람들이 들끓는다.
비집고 들어가니 자리가 있다.
이미 앞서온 이들 떠나간 자리다.
찰비계곡 첨으로 찾아들었다.
붉은 점판암 바위가 냇물에 닳아
반석도 만들고 폭포도 만들며 흐른다.
반석 돗자리 깔고
물속에 빠져 온통 물놀이다.
발목 담가 시원한 때를 모두 벗겨내었다.
김밥 먹고 과일 먹고 빵 먹고
노는 것이 군것질이다.
모든 식구가 계곡에 빠져 식혔다.
소낙비 천둥소리에 쫓겨
에어콘 빵빵 트는 차안에서 몸 식히고
평촌 대붕사에 들러 암굴 대웅전
암굴 적멸보궁 바위틈을 파고 들었고
일붕 서경보 선사 동상
또 지붕 위에 앉은 황금관음상 보고
고개너머 극락암까지 세호 부자는 다녀왔다.
부처님 마다 그저 자식 손자 안녕 비는 할미
새벽 정화수 떠놓고 손 비비는 어머니 상 그대로다.
그러고 나니 속이 시원한가 보다.
입이 짧은 손자 며느리 모두 걱정꺼리다.
어느듯 해가 서산에 걸려 붉다.
후끈대던 열기도 조금 식었다.
성황리 소나무 보러 든다.
붉은 몸집에 우글거리는 근육
마치 육체미대회 등 어깨 근육같다.
보는 것 만으로 싱싱한 에너지를 받는다.
우리나라 최고의 싱싱한 소나무 육체미다.
부잣길 이곳을 넘어간다.
물놀이 암굴사 구경으로
출출한 할머니 생신 축하 저녁식사
쇠고기집으로 향한다.
외손자놈들은 방글벙글한다.
소고기 일등급 구이
된장찌개, 갈비탕, 갈비탕국수
배를 두드리며 먹고
모두 돌아오는 길 생일케익 사서
예순 아홉 촛불 꽂고
손뼉 치며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축하했다.
그놈들 덕분에 우리 내외는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