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9.9 전선에서]
쓰러진 하루여 !
맑은 하루여 !
충혈된 눈이 너무 곱구나.
헌신을 배워준 넌
이미 어둠의 깃으로 덮어 버리고
가녀린 숙명에 갹혈(醵血)하는 비창(悲愴)
오늘은 행복하였나?
그리고 내일도......
여명을 끌고 오는 암흑의 사자여
찬 공기는 버려다오 .
여기는 전운이 잠기는 곳
너가 내리면
눈에 불이 인다.
하늘이 내린 천사
어둠을 따라 깔린 편린(片鱗)들
점점으로 이어간 평원
평준화된 들녘에선
증오(憎悟)에 벅찬 백조들이 잠들고
촌음(寸陰)이 닥아오면 단말마(斷末魔)
평원을 지르는 포도(鋪道)가 먼지를 뿜고
눈앞에 다가선 구름은
우리의 운명을 가름하나?
내일이면 솟아라
황혼이여 솟아라
좁혀진 창공에 구름이 밀리고
붉은 기운이 시계(視界)를 덮으면
지구는 돈다.
명맥(命脈)이 가고난 뒤에
밝은 달이여 오라